부시 대통령과 나란히 걸어가던 이 대통령은 그 지도 옆을 지나치면서 부시 대통령에게 "This is Dok-do(이게 바로 독도다)"라고 말을 건넸다. 부시 대통령은 시선을 돌려 쳐다보곤 "Is that?" 이라고 되물었다. 부시 대통령은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며 이 대통령의 어깨에 손을 올리곤 "I know"라고 한마디 더 했다.
2초도 안되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청와대 기자실은 이 문제로 하루종일 시끄러웠다.
부시 대통령이 독도를 가리키며 'Dok-do(독도)'라고 했는지, 'Dakeshima(다케시마)'라고 했는지 아니면 '리앙쿠르암(Liancourt Rocks)'이라고 했는지에 따라 파장이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는 문제였기 때문. 그 2초 정도의 시간은 미국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독도에 대해 언급하는 첫 장면이 될 수도 있었던 찰나였다.
문제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이 아주 애매한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Is that 이 전부야? Is that Dok do가 아니고?" 하는 질문이 기자실 곳곳에서 터졌다.
청와대 기자들은 부시 대통령이 'Dok-do'라는 표현을 썼느냐 아니냐를 놓고 당시 현장을 찍은 필름을 여러번 돌려보기까지 했지만 웅웅거리는 녹화필름 속에서 들려오는 부시 대통령의 언급은 그게 전부였다.
부시의 'Is that?'은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저게 그 독도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게 그 말썽많은 그 섬이냐?"는 식의 애매한 의미로 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이 'Is that Dok-do?(저게 그 독도냐?)'라고 했거나 'I know that is Dok-do(나도 저게 독도라는 거 안다)'라고 한마디만 더 붙였다면 부시의 본심과는 무관하게 '미국 대통령도 독도라고 말했다'거나 '미국 대통령이 독도의 영유권을 재확인했다'는 식으로 확대될 여지도 충분했다. '저게 다케시마냐?'고 했거나 '저게 리앙쿠르암이라는 걸 안다'고 했더라도 논란의 도화선이 될만한 대목이었다. 그러나 부시의 입은 아쉽게도(?) 매우 절묘한 지점에서 닫혔다.
특히 'I know'라는 부시의 발언은 이명박 대통령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귀에 대고 한 말이어서 카메라에는 잡히지도 않았다. 현장에서 대통령 근처에 있던 '풀기자'가 얼핏 들었다고 전한 대목일 뿐이다.
오후에 춘추관으로 들어온 이동관 대변인에게 기자들은 다시 부시가 '독도'라고 말했느냐고 물었지만 이 대변인 역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잘 못들었다"면서 "독도라는 표현을 직접 하지는 않은 걸로 안다"고 했다.
'부시 대통령이 한국의 독도 영유권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고 확대될 뻔 했던 그 사건은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부시에게 독도를 가리키며 알려줬다'는 정도의 단신성 해프닝으로 정리됐다.
한국인들은 '부시, 한마디만 더 하지 그랬어'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대목이지만 미국 외교관들은 '부시, 한마디만 더 했으면 큰 일 날 뻔 했어'하며 가슴을 쓸어내릴 지도 모르는 장면이었음에 틀림없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마지막 궁금증. 이명박 대통령이 계단에서 독도를 가리키며 부시에게 'This is Dok-do'라고 말한 것은 미리 계획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즉흥 발언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