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수헌기자] 동부그룹의 금융 계열사들은 대부분 동종업계에서 규모면에서 중하위권에 속한다. 동부화재가 업계 3위권으로, 유일하게 상위 대열에 포진해있다.
동부그룹은 증권, 화재, 생보, 저축은행, 투신운용, 캐피탈 등 금융업종 포트폴리오를 일찌감치 구축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업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그룹차원에서 "동부금융네트워크"라는 브랜드를 전격적으로 출범시키며, 금융 업 그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올해 환갑을 맞게 되는 김준기 회장이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특히 금융부문의 경쟁력 레벨업을 추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동부그룹은 그동안 "절대규모면에서는 작지만 속은 강한 회사"를 만드는데 치중해왔다. 그러다 보니 금융 계열사들이 덩치는 크지 않아도 재무구조 등을 건실하게 유지, 강한 생존력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같은 전략에는 올해부터 다소 변화가 생길 조짐이다. 규모의 경제를 고려한 외형 키우기가 추진되고 금융부문과 보험부문 분리에 따른 전문역량 강화가 예상된다.
◇증권, 겟모어 인수..온-오프 시너지 강화
동부증권의 경우 최근 겟모어증권 인수 막바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올 4월까지는 합병작업을 완전히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겟모어 인수는 온라인 사업 강화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겟모어의 대주주인 삼보컴퓨터 계열과 기타 주주 등으로부터 지분 100% 전량을 인수, 사내 온라인사업부화할 방침이다.
소매영업이 아직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에 미흡하기 때문에 개인 고객의 주채널인 온라인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이상돈 기획담당 상무는 "자체적으로 온라인 부문을 강화하려면 시스템과 인력 등에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인수합병이 더 낫다"고 말했다.
겟모어는 모기업인 삼보컴퓨터가 어려워지고 온라인 경쟁증권사인 키움 등에 치여 수익구조가 악화를 겪어왔다. 따라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자원투입이 절실했다. 동부는 온-오프 시너지를 위한 온라인 사업 강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동부의 겟모어 인수는 양자간에 이러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 상무는 "올해 동부증권의 실질적 슬로건은 중대형 증권사를 M&A해서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수준의 역량을 키워나가겠다"는 것이다.
동부증권은 온-오프라인간 시너지 창출을 통해 WM(Wealth Management) 역량도 키워나가겟다는 복안이다. 최근 증권산업 구조재편의 와중에 시장에 나와있는 증권사 매물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중소형 증권사인 동부는 내부역량과 외부여건 등 여러가지 요소때문에 적극적으로 M&A에 나서기는 현재로선 무리라는 판단이다..
이 상무는 "지금 M&A를 한다해도 적정한 수익이 확보될지 의문"이라면서 "매물들이 거래가 안되는 이유가 바로 수익보장이 안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50여개에 달하는 플레이어(증권사)중 15~20개는 없어져야 한다"면서 "먼저 뛰어들기에는 코스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불안하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동부증권은 우선 고부가사업영역에서 수익은 낼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나가는데 중점을 둘 방침이다. 이를 위해 사람(인재), 매니지먼트 시스템 구축, 브랜드 제고작업 등을 더욱 강화해 미래에 대비하겠다는 것.
이런 작업들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국내 증권사 M&A 또는 외국사와의 제휴를 통한 도약을 시도할 계획이다. 두 가지를 병행해 나갈 수도 있다.
이 상무는 "일반적으로 컨설팅 업계에서는 중소형 증권사는 종합증권사를 추구하기 보다는 한가지 분야를 골라서 특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소매, 자산관리형 애셋매니지먼트, 로컬 IB 등을 병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회계연도 동부증권의 실적은 세전이익으로 50억원 정도. 업계 전반적 수준에 비해서는 여전히 저조한 편이다. 그만큼 아직은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뜻이다. 대부분 증권사들이 지난해 주식운용에서 많은 이익을 냈다. 하지만 동부는 2002년 주식운용 손실을 많이 낸 경험때문에 지난해 주식운용에는 별로 손대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의 여러가지 변화는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종원 부사장이 리서치센터장을 맡은 이후 리서치 분야가 자리를 잡아가고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적 질적으로 리포트 수준이 좋아졌다는 외부평가도 있다. 채권 트레이딩 등 여러 분야도 상당히 좋아졌다는 평가다.
이 상무는 "사람과 시스템의 결합, 그리고 성과주의 문화의 정착 등 세가지 키팩터가 잘 결합된다면 도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재, 효율성 삼성 능가 목표.."진짜 경쟁 이제부터"
동부 금융계열사 중 대표주자격인 동부화재는 그동안 그룹 "프리미엄"보다는 그룹 "리스크"를 많이 적용받아왔다. 삼성화재, 현대화재 등이 굵직한 계열사들을 끼고 기업보험 분야에서 프리미엄을 누렸지만, 이같은 "특혜"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기업 보험은 삼성이나 현대에 비해 반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아남반도체 지분인수에 참여하게 되면서, 동부화재에 대한 시장평가도 그리 좋지 않았다.
이성택 부사장은 "그동안 그룹 디스카운트 때문에 내재가치보다 과소평가를 받아온 측면들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런 현상들이 해소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동부화재 주가는 지난해 중반 2000~3000원대에서 지금 4000원대 중반까지 치고 올라왔다
동부화재가 다소 불리한 여건속에서도 업계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강력한 오프라인 조직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 여기다 최근 방카슈랑스에서도 톱 수준의 실적을 보이고 있어 도약의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방카슈랑스의 선전은 소멸성 보험보다는 저축성 보험으로 밀어붙인 상품전략이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동부화재 이수광 사장은 "올해는 무엇보다 경영효율면에서 최고의 회사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겠다"고 밝혔다. 직판채널과 자동차보험의 경쟁 뿐 아니라 장기보험 부문에서 생보사 및 은행과 경쟁하는 빅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경영효율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는 것.
이성택 부사장은 "효율성 면에서 삼성을 따라잡아야 한다"면서 "다른 회사에 비해 더 강한 오프라인조직을 키우기 위해 전문재무설계사를 육성하는 것도 과제"라고 말했다.
동부화재는 금융 통합화에 대비해 종합금융사로의 변신을 준비하고 방카슈랑스 등 신채널에 대비한 `멀티채널` 대응전략도 준비해나가고 있다. 특히 방카슈랑스는 앞으로 보험업계의 질적 양적 변화를 불어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지금까지 손보업계는 동일한 가격에 동일한 상품을 제공하는 수준이었고 회사 영업력은 판매조직 수에 많이 좌우됐다"고 말했다. 시장점유율이 떨어진다해도 0.1~0.2%정도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방카슈랑스 실시를 계기로 은행과의 제휴나 상품전략에 따라 시장점유율의 변동폭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진짜 경쟁이 시작된다는 의미다. 동부화재는 이를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