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손동영기자] 26일 달러/원 환율이 무서운 기세로 폭등하며 전날보다 무려 19.50원 높은 1190.4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일종가대비 상승폭 19.50원은 지난 2001년 4월4일 21.50원이후 최대. 장중 환율변동폭은 22.80원에 달해 지난해 1월3일의 23원에 이어 최대를 기록했다.
◇26일 시황
환율은 전날보다 단 10전 높은 1171원에 거래를 시작, 9시56분 1170.20원까지 떨어지는 등 한도안 보합권에서 횡보했다.
그러나 주가 하락폭이 점차 커지고 증시의 외국인이 근래 보기드문 대규모 주식순매도 공세를 펼친데다 달러/엔 환율도 상승세로 급반전하자 원화환율은 동반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결국 환율은 오전장 고점인 1184원으로 마감하며 2주래 최고치를 돌파했다.
1184.50원으로 오후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2시31분 1191.90원까지 치솟은 뒤 1183원대로 주저앉는 등 한동안 조정을 받았다. 그러나 오후장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달러매수세가 다시 강해지자 환율은 폭등세로 돌변, 4시26분쯤 1193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각종 기록을 양산
장중 변동폭은 22.80원으로 지난해 1월3일의 23원과 거의 같았다. 97년말 외환위기때를 제외한다면 사실상 최대로 기록될만 하다.
전일종가대비 상승폭 19.50원도 지난해 4월4일 21.50원이후 가장 큰 것. 당시 투기적 달러매수세로 환율이 1365원대로 폭등했다가 한국은행이 시장 직접개입을 공식선언하면서 이튿날 환율이 1330원대로 곧 폭락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같은 이상과열이 아닌 상황에서 이처럼 환율이 큰 폭으로 오르기는 대단히 이례적이다.
이날 환율은 단숨에 1170원대에서 1190원대로 뛰어올라 그동안 환율하락속도에 불편해하던 외환당국의 부담을 덜어줬다.
◇왜 이렇게 올랐나
환율폭등의 이유는 달러/엔 환율 상승, 주가폭락, 외국인 대규모 주식순매도, 달러매도초과(숏) 포지션 과다 등에서 찾을 수 있다. 그만큼 여러 조건들이 갖춰졌다는 의미다.
달러/엔 환율은 전날 뉴욕장에 비해 1엔이상 급등하며 역외세력의 달러매수세를 자극했다. 물론 원화환율 상승폭이 훨씬 큰데서 알수 있듯 이날은 달러/엔이 절대적 영향을 끼친 건 아니다.
증시의 외국인이 9영업일째 주식순매도를 계속하며 달러수요요인을 더해준 것도 중요한 요인. 한동안 증시가 관심권에서 벗어나있었으나 다시 영향권에 들어오게됐다.
SK계열사의 SK텔레콤 지분매각을 위한 DR및 EB발행으로 16억8000만달러가 유입된다는 사실은 시장에 상당한 혼란을 안겨주었다. 이들 자금을 환율에 영향을 주지않도록 중립적으로 처리한다는 외환당국의 설명에도 불구, 달러공급을 예상하며 미리 달러매도초과(숏) 포지션을 구축했던 세력이 일시에 달러매수로 돌아서면서 환율상승폭이 의외로 커졌다는 설명이 나오고있다.
더욱이 최근 단기외화자금시장, 즉 머니마켓시장에서 외화유동성이 마르면서 현물환시장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단기외화자금시장의 유동성 문제가 현물환 매수를 촉발한 측면도 있다는 것.
◇시장의 전망들
시중은행 한 딜러는 "개장초 1170원선이 무너질 분위기에서 많은 은행들이 숏포지션을 구축했다"며 "달러/엔 상승과 역외세력 매수로 환율방향이 급하게 돌아서면서 숏커버 매수가 더욱 강해졌다"고 말했다. 달러/엔 환율이 순식간에 117.5엔대를 상향돌파하자 매수가 더 강해졌다는 것.
그는 "장중엔 외국인 주식매도분이 선반영된 측면도 있다"며 "포지션이 엉키면서 시장이 혼란스러웠다"고 전했다.
다른 은행 딜러는 "오늘밤 뉴욕증시가 호전된다면 달러의 방향이 본격적으로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며 "외환시장은 반전의 기미를 찾은 것으로 봉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딜러는 "오늘 달러매물이 상당히 많았지만 역외세력의 매수가 워낙 강력했다"며 "도쿄의 한 투자은행이 꾸준히 강한 달러매수세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하락추세가 일단 꺾였다고 보는 편"이라며 "그러나 월말을 맞아 수출업체 네고가 본격적으로 공급되는 등 환율상승을 제한할 요인들도 적지않아 어느 한쪽으로 움직이기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주요 지표들
달러/엔 환율은 5시1분 현재 117.35엔을 나타내고있다. 한때 117.7엔대로 치솟으며 원화환율 상승세를 이끌었다. 역외세력의 적극적인 달러매수를 뒷받침한 것. 엔/원 환율은 100엔당 1014.40원으로 치솟았다.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3337억원, 122억원 등 총 3459억원에 달하는 주식순매도를 기록했다. 역송금을 위한 달러매수요인으로 환율급등의 한 원인이 됐다.
현물환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0억501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0억9570만달러가 거래됐으며 스왑은 각각 4억7470만달러, 4억5400만달러가 체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