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주식인데도…`선종구 前회장, 유진만큼 못받았다

[업데이트 상보]롯데, 하이마트 지분 65% 1조2500억에 인수
유진, 경영권 프리미엄 50% 챙겨..선 前회장, 1만8000원 적게받아
  • 등록 2012-07-06 오후 5:39:51

    수정 2012-07-06 오후 5:39:51

[이데일리 이학선 박수익 하지나 기자] 롯데그룹이 6일 하이마트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선종구 전 회장은 유진기업보다 주당 1만8000원 정도 적게 받았다. 똑같은 주식을 파는데도 한쪽은 푸대접을 받은 셈이다.

롯데쇼핑(023530)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하이마트(071840) 대주주인 유진기업(023410), 선 전 회장, HI컨소시엄, 농협(NH할로윈제1호) 등이 보유한 지분 65.25%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하이마트는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 선 전 회장 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발생, 지난해 말부터 매각작업을 벌여왔다. 지난달 25일 본입찰에선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배타적 협상기간이 지난 2일로 끝나면서 롯데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대신 차지했다.

롯데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지 불과 이틀만에 계약체결을 끝내는 등 속도를 냈다. 롯데의 하이마트 인수가격은 총 1조2480억원, 주당 평균 인수가격은 8만1026원이다.

롯데는 유진기업이 보유한 지분(31.34%)은 주당 8만8622원에 사주기로 했다. 이 경우 선 전 회장과 HI컨소시엄, 농협 등이 보유한 나머지 지분은 롯데가 주당 평균 7만4000원 정도에 매입한 게 된다.

하이마트의 재무적 투자자인 HI컨소시엄과 농협이 롯데가 제시한 평균가격(8만1026원)에 지분을 팔았다고 가정하면 선 전 회장은 주당 6만원대 후반에서 7만원대 초반에 지분을 롯데에 넘긴 셈이다. 투자은행(IB)업계는 선 전 회장이 주당 7만원에 판 것으로 보고 있다. 유진기업과 가격 차이가 1만8000원 정도 되는 셈이다.

롯데가 유진기업에 높은 가격을 쳐준 것은 하이마트의 1대주주로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 크게 인정해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롯데가 유진기업에 지급한 경영권 프리미엄은 하이마트 전일 종가를 기준으로 할때 52%에 달한다.

반면 선 전 회장은 지난 2일을 기점으로 유진기업 등과 공동으로 지분을 팔기로 약속한 주주간 계약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되면서 유진기업이나 재무적 투자자들만큼 높은 가격을 받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선 전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17.37%이며, 우호지분을 합쳐도 20% 남짓밖에 안된다. 롯데가 선 전 회장측 지분을 제외하더라도 지분 45% 정도를 확보할 수 있어 경영권을 행사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 필요하다면 주식시장에서 직접 매입하는 방식 등으로 지분을 50% 이상 끌어올릴 수도 있다.

결국 선 전 회장으로선 가격협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게 IB업계의 관측이다.

롯데는 계약 체결 이후 별도의 정밀실사 없이 주식매매대금을 치른 뒤 인수를 종결한다. 거래종결 예정일은 오는 9월26일이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 시점에 따라 종결시점이 앞당겨지거나 늦춰질 수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내부 법률검토 결과 기업결합 승인에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쇼핑은 이번 인수를 위해 외부차입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분기말 현금성자산 보유액이 6600억원 정도라 외부 자금조달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간 1조3000억원을 웃도는 현금창출력과 부동산 담보가치 등을 고려할 때 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롯데쇼핑이 보유한 유형자산 중 토지와 부동산 장부가액은 7조원에 달한다.

하이마트는 현재 314개의 점포를 운영중이며, 롯데는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등의 점포 760여개를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롯데가 하이마트를 인수하면 전국적으로 1000개가 넘는 체인화 점포를 구축하게 된다.

롯데는 가전부문에서 하이마트가 가진 구매력(buying power)을 활용하면 백화점과 마트, 홈쇼핑 등이 거둘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들여와 팔면 이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마트는 지난해 3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롯데도 가전매출이 1조원에 달한다. 롯데는 또 그룹의 글로벌 채널을 활용해 하이마트의 해외진출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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