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대표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변 의원들이 말릴 정도로 강하게 항의하던 박 의장에게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박 의장은 이날 오후 본회의가 열리기 직전 김진표 원내대표와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에게 다가가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바로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이번 8월 국회 본회의에서 상정이 안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금융기관에 대한 조사권을 갖도록 하는 개정안은 지난 6월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당일 오후 본회의에서 상정 안건에 빠져 처리가 불발됐다.
당시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본회의 산회 직후에 만나 "한은법을 8월 임시국회에서 가장 먼저 상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법사위에서 안건 통과를 주도했던 박 의장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며 원내대표단에 항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오전까지도 상정하기로 돼있었는데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상정에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나라당 정무위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더 알아보자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법 개정안 문제는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12월 국회 기획재정위를 통과했지만 정부의 반발로 논의가 진척되지 않아 법안심사2소위에서 계류돼 오다 1년 반이 지난 6월 30일 절충안이 통과됐다.
한국은행에 '단독조사권'을 부여하는 문항은 삭제하되, 한은이 공동조사를 요구했을때 금융감독원이 1개월 이내로 응하게 해 조사권을 강화하는 안이었다.
홍준표 대표도 최근 국방위로 상임위를 옮기기전에 정무위에 있었다.
특히 개별 은행들이 이번 개정안을 반대하며 직간접적으로 로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선 정책위의장은 "이미 법사위에서 어렵게 통과된 내용이 본회의에 상정조차 안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제2의 저축은행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서둘러 통과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거센 항의를 받은 김진표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본회의 마지막 날인 31일에도 한은 조사권이 상정되지 않으면 본회의를 보이콧하겠다"며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져 한은법 개정안이 이번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