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설레임과 안타까움의 교차

  • 등록 2008-03-24 오후 4:12:03

    수정 2008-03-25 오전 8:26:43

[이데일리 신성우기자] 지난 21일 저녁 김종창 법무법인 광장 고문의 신임 금융감독원장 내정 소식이 전해지면서 금감원 임직원들은 들떠 있었다.

한 달 가까이 자리가 비어있으면서 일손이 잡지 못했던 차에 금융위원장(옛 금융감독위원장)과 분리된 후 초대 '수장(首長)'의 내정 소식은 임직원들을 그만큼 기대감에 차게 했다.

기대감도 잠시. 금감원 임직원들의 설레임은 몇 시간 뒤 안타까움으로 변했다. 21일 오후 11시50분 신의용 총무국장이 54세의 한창의 나이에 별세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사인은 담관암. 고(故) 신 국장의 발병은 개인적 안위보다는 금감원 조직에 대한 헌신에서 비롯됐다.

당초 간염 증세가 있던 신 국장은 치료는 소홀히 한 채 업무에 몰두하며 간경화로 병을 키웠다. 게다가 지난해 8월 총무국장으로 부임하면서 부터는 인사, 급여, 복리후생, 재산관리 등 조직 살림에 몰두하면서 어느덧 간경화는 담관암으로 발전했다.

특히 지난해 말 금융개혁 로드맵, 조직진단 컨설팅, 금감원 예산 확보 등으로 이어지는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주위에 아픈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게 임직원들의 전언이다.

신 국장은 올 1월부터 황달 증세가 보이면서 한 달 정도 입원했으나 이미 병은 깊어진 뒤였다. 금감원 임직원들에게 신 국장의 별세가 더욱 안타까움으로 다가오는 것은 주위의 만류에도 입원 중에도 업무를 챙겼던 성실함 때문이다.

고 신 국장은 경남 밀양 출생으로 서울사대부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80년 한국은행에 입행한 후 조사부와 검사국을 거쳐 99년부터 금감원에 몸담았다.

이후 은행과 비은행 분야를 넘나들며 검사 분야에서 활약했고, 2004년 4월 신용정보실장으로 재직할 때는 당시 개인신용평가시스템(CB)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

지난해 검사지원국장때는 금융사 검사기법을 매뉴얼화하고 노하우를 전수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를 통해 금감원 검사 수준을 한 단계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금감원 임직원들의 감정은 안타까움을 넘어 이제는 서글픔으로 변해 있다. 민간 감독기관 임직원으로서의 자긍심 뒤로 신 국장처럼 성실한 상사와 부하들이 격무로 저세상으로 떠나는 것을 수차례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서는 지난 2000년 이후 13명이 스트레스성 질병으로 사망했다. 2000년과 2005년에는 각각 3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간암·위암 등 암으로 5명이나 세상을 떠났고 뇌출혈이 3명, 심장마비와 심근경색도 2명이 된다.

금감원 임직원들은 이처럼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가 상당해 단체보험을 가입할 때도 소위 '불량 물건'으로 간주돼 다른 회사에 비해 더 높은 보험료를 지급하고 있다.

금감원 임직원들은 신임 금감원장이 자신들의 이 같은 '비애(悲哀)'를 보듬으며 금감원을 예전의 활기찬 조직으로 이끌어 나가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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