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의혹`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는 언제 터질 지 모르는 뇌관이다. 횡령과 주가조작 등 김씨가 받고 있는 혐의에 이 후보가 어느 정도 얽혀 있는 지가 쟁점으로 부상할 경우 이 후보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씨의 한국 송환이 언제 이뤄질 지 현재로서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절차상 11월말께 들어 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국으로 보내지는 것을 거부하던 김씨가 대선을 앞두고 스스로 돌아오려 할 때는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만한 자료나 발언을 준비하는 등 `작심`한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
또 검찰 조사가 본격화되면서 이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가 다시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있어 한나라당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김경준 언제 돌아오나
국내에서 주가조작과 공금횡령 혐의를 받고 미국으로 도피한 김경준씨는 지난 2003년 체포돼 구금 상태다.
이후 한국으로의 송환을 거부해 왔지만 최근 이를 스스로 철회하고 미국 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소재 미 연방 제 9순회항소법원 재판부는 지난 3일 김씨 측이 제출한 `인신보호 청원 항소 각하` 요청과 관련한 재판을 18일 열고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김씨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2001년 도미했던 김씨는 지난 2003년 5월 베버리힐스 자택에서 체포됐다. 2005년 10월 한국으로 인도 판결이 내려졌지만 민사 소송에 방어해야 한다며 `인신보호 청원`을 제출, 송환을 거부해 왔었다.
김씨가 스스로 인신보로 청원을 거두자 이명박 후보측 소송대리인인 김백준씨가 `판결 유예` 신청을 내 귀국을 지연시키려 했지만 연방 항소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로써 법적으로 김씨의 한국 송환 걸림돌이 모두 사라졌다.
일반적으로 판결 후 미국 국무부 승인이 떨어지고 양국간 협의 등 각종 절차를 거치면 11월말께 김씨가 한국에 올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지연되거나 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
검찰은 김씨가 들어오면 증권거래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사기 등의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이게 된다.
◇ 김경준-이명박 의혹 요체는
이명박 후보는 1996년 총선에서 당선됐지만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다 국회의원직을 사퇴, 미국으로 떠났다. 그러다 2000년 돌연 `금융사업가`로 변신했다. 이 때 이명박 후보의 사업 파트너가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1999년 4월 BBK라는 투자자문사를 설립하고 한국 지사장을 맡은 뒤, 2000년 2월 이명박 후보와 함께 각각 30억원을 투자해 `LKe뱅크`라는 금융회사를 설립했다. 두 사람은 LKe뱅크의 공동 대표로 동업했다.
이 후보는 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을 통해 김씨와 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미교포 변호사인 에리카 김은 `미국 명문대를 나온 금융전문가`라며 동생을 이 후보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진다.
문제는 2001년 BBK가 투자자들에게 위조된 펀드운용 보고서를 전달한 혐의가 드러나, 금융감독원이 조사를 하면서 시작됐다. 혐의가 사실로 입증돼 금감원은 결국 BBK의 투자자문업 등록을 취소한다.
이렇게 되자 이 후보는 2001년 4월 LKe뱅크 대표이사직을 그만뒀고, 김씨와 함께 추진하고 있던 `EBK증권중개`라는 증권사 설립도 중단, 김씨와의 관계를 정리했다.
이때 또 김경준은 광은창투를 인수해 옵셔널벤처스로 이름을 바꾸고 대표로 취임한다. 금감원이 BBK 등록을 취소하기 바로 전날이었다.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으로 인해 소액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고, 이 후보도 LKe뱅크 투자금을 날렸다. 또 BBK에 운용을 위탁했던 기관투자가들도 피해를 입었다.
문제는 이렇게 말썽많은 회사였던 BBK와 옵셔널벤처스에 이명박 후보가 얼마나 개입되어 있는가다.
이명박 후보 측은 LKe뱅크 이후 김경준과의 관계를 끝냈으며, BBK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최근 김경준은 미국에서 변호인 등 여러 경로를 통해 BBK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후보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김씨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BBK 주변 여기저기서 이 후보의 흔적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나타나 논란은 쉽게 잦아들지 못했다.
이 후보의 친형인 상은씨와 처남 김재정씨가 운영하는 회사인 `다스`도 BBK에 돈을 맡겼다. 또 BBK에 자금을 맡겼던 하나은행, 삼성생명, 심텍 등의 자금 유치를 이 후보가 맡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나중에 BBK가 잘못되자 심텍이 `돈을 물어내라`고 소송을 제기한 상대가 이명박 후보였던 점 등도 여전히 의혹으로 남아 있다.
의혹의 진폭이 큰 만큼 김경준씨 소환이 몰고 올 파장에 온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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