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환의 뉴욕인사이트)황소와 곰의 힘겨루기

  • 등록 2002-12-16 오후 3:56:43

    수정 2002-12-16 오후 3:56:43

[edaily 박규환] 마켓이 2주째 하락세를 보이면서, 연말 마켓 랠리에 대한 우려감을 낳고 있다. 지난 주 다우존스 지수는 2.4%, 나스닥 지수는 4.2%, S&P 500 지수는 2.5%의 낙폭을 보였다. 지난 주에 발표된 소매업종 판매율과 미시건 대 소비자 센티멘트 잠정치가 예상치보다 긍정적이었지만, 마켓상승을 부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두가지 긍정적인 경제지표는 2주전 미공개 시장위원회가 현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발표와 더불어 미경제가 아직은 부드럽게(soft spot) 굴러가고 있다고 한 언급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 부분이지만 마켓에 영향력을 주지는 못했다. 지난 주엔 특히 국제 정치적 이슈가 마켓을 얼어붙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이전에 미국, 한국, 일본과의 협정하에 핵시설 가동을 동결하겠다고 한 것을 번복하면서 핵시설을 재개하겠다고 한 점에 대해 미 부시 대통령은 “심각한 문제” 라고 표현했다. 또한 이라크가 미국에 보내온 1만1000 페이지에 달하는 무기보유 보고서를 검토하는 것도 아직 남아 있는 이슈이다. 이러한 불안한 국제정치적 이슈가 투자자들의 심리를 얼어붙게 해서 지난 주 뉴욕거래소의 평균 거래량은 12억5000만주 정도였고 나스닥의 경우 12억2000만주 정도를 기록하는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빅토리캐피털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피어스 수석은 “좀 더 확실한 국제정치적 이슈의 진행 정도가 보일 때까지 마켓의 이러한 불안한 모습은 계속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번 주는 휴일을 앞두고 마켓이 어느 정도 방향을 잡아나가는 한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살로몬 스미스 바니의 경제학자인 스티븐 위팅은 “이라크 문제가 전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보면서 “현재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들과 마켓 전략가들은 그러한 위험적 요소들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 같다”고 경고했다.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보면 미국과 관련한 전쟁과 같은 큰 사건들이 있을 때엔 마켓이 폭락했고 그 사건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될 즈음부터 마켓은 다시 폭등하기 시작하여 호황을 누렸다. 그렇다면 우선 이라크 문제를 현재 마켓의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본다면 1만1000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의 검토가 끝나고 미국의 발표가 있을 때가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때 이라크 전이 발발하든지 아니면 계속해서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입김이 더 센 강도로 나오든지 혹은 또다른 방식의 국제 정치적 이슈가 떠오르든지, 어쨌든 지금보다 더 확실한 모습이 나올 것이다. 결국 현재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결될 때 마켓의 움직임은 활발해질 것이다.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미 경제지표 발표와 기업들의 실적에 청신호가 켜지길 기대하고 있고 국제정치적 이슈가 빨리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투자자들은 마켓 랠리에 목말라하고 있는 것이다. 불확실성이란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면 마켓은 랠리를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주에 발표된 경제지표들은 그 희비가 엇갈렸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이번 주에 발표될 주택관련 지표, 산업생산 지표, 필라델피아 연방 지수, 국내 총생산 지수 등에 주목하고 있다. 화요일에 발표될 주택착공 지수는 현재 예상치가 169만채로 지난 달보다 높게 예상되고 있어 아직 주택시장의 열기가 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생산 지수와 설비가동률도 지난 달보다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목요일에 발표될 경기 선행지수 또한 0.3% 상승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필라델피아 연방지수는 지난 달보다 하락한 5.3 정도로 예상되고 있어 미국 제조업계의 불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끝으로 3분기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금요일에 발표될 예정인데 지난 달과 같은 4% 성장율로 예상되고 있지만 4분기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둔화될 것으로 경제학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이번 주에 발표될 경제지표들은 지난 달에 비해 다소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제정치적 이슈들을 극복하면서 마켓랠리를 이끌어 낼 수 있을 정도의 여력은 부족한 것 같다. 신용평가 회사인 무디스의 경제학자 존 론스키는 “이번 주의 경제지표들은 완만하게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경제성장에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제정치적 위험성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 있을 정도의 개선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언급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어쨌든 이번 주의 경제 지표의 그림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연말 휴일을 앞둔 투자자들의 심리를 어느 정도 잡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이번 주 월요일엔 뉴욕 교통공사(MTA)가 파업을 강행한다고 해 교통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과거의 사례에 비추어 보면 뉴욕 증시는 MTA의 파업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아서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닌 것 같지만 반가운 소식이 아닌 것은 틀림없다. 그리고 금요일은 지수 선물, 옵션, 개별 옵션의 만기일이 겹치는 트리플 위칭데이이다. 거래량이 폭증하면서 마켓의 움직임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주부터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시작된다. 애널리스트들의 기업실적 전망치가 그렇게 좋지 않아서 투자자들을 다소 실망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제너럴일렉트릭, 마이크론, 베스트 바이, 서큐 시티, 오라클, 팜과 베어스턴스, 골드만 삭스, 리만 브라더스, 모건 스탠리 등의 증권주들이 실적을 발표할 예정으로 있어 주의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저조한 기업실적과 국제정치적 이슈의 불확실성은 투자자들에게 불안한 심리를 부추길 것이고 긍정적인 경제지표와 새로 임명되는 부시 행정부의 경제팀, 그리고 정책당국의 경기부양책은 연말랠리를 기대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이처럼 현재 뉴욕증시에는 황소와 곰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는 양상이다. 더구나 기술적으로 마켓이 심리적 지지선 근처에 와 있기 때문에 마켓이 방향을 잡을 동안 황소와 곰의 치고 받는 격전은 계속될 것이다. 결국, 황소와 곰의 힘겨루기가 팽팽하게 전개되면서 조금이라도 악재 혹은 호재가 나오면 그 힘겨루기는 그 한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투자자들은 연말 휴일을 앞둔 이번 주의 마켓 움직임을 주의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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