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음주운전 사망’ 어머니의 호소 “지금도 매일 지옥”

  • 등록 2023-09-04 오후 12:50:12

    수정 2023-09-04 오후 12:50:12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지난해 12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이동원 군(당시 9세)의 어머니가 관련 재판 항소심에서 “음주운전을 가벼이 여기는 이유는 형벌이 믿을 수 없이 가볍기 때문”이라며 엄벌을 탄원했다.

지난 3일 동원 군의 어머니는 자신의 SNS에 “엊그제 항소심 2차 공판에서 읽은 피해자 측 진술 전문을 올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동원 군의 어머니는 지난 1일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이규홍) 심리로 열린 스쿨존 음주운전 사망사고 재판 항소심 2차 공판기일에서 준비해온 글을 직접 낭독했는데, 이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동원 군의 어머니는 “동원이는 세상에 궁금한 것들이 참 많았고,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다. 그랬던 아이의 꿈들은 2022년 12월 2일 오후 4시 57분, 학교 교문 바로 앞에서 음주운전자가 운행하는 차량에 처참하게 짓밟혀 산산조각이 났다”며 “지난 4월, 대전에서는 여덟 살 배승아양이 또 다른 음주운전자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왜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되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이어 “최근 3년간 음주 운전자에 의한 사망상해사고 100건을 조사해 봤을 때, 그 중 단 11%만이 실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90%는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사건이 종결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누군가에게는 유희로 시작된 음주가, 운전대를 잡는 순간 살인 행위로 변했고, 그로 인해 수많은 생명들이 죽음을 맞게 되었다”며 “저는 지난 21년간 회사 생활을 하면서 주변에서도 음주 운전을 가벼이 여기는 사람들을 여럿 보았다. 술자리 회식 후에 조금 기다렸다가 술 깨고, 물 좀 마신 다음 운전하고 가겠다고 한다. 그들은 왜 음주운전을 그토록 가벼이 여길까. 음주운전 범죄자들에게 지워지는 형벌이 믿을 수 없이 가볍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동원이의 엄마인 제 마음은 지금도 수만 갈래로 갈갈이 찢겨진 상태로 매일 지옥 속에서 살고 있다. 저와 남편, 그리고 저희 딸은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저 막막하다”며 “그러나 저는 저의 슬픔과 고통을 호소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이 아니다. 저희 가족의 삶은 철저하게 파괴되었지만, 부디 다른 시민들의 삶은 지켜 주시기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A씨(39)는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한 초등학교 후문에서 초등학생인 동원 군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8%로 면허취소 이상 수준이었다. 앞서 지난 5월 진행된 1심 재판에서는 A씨에 징역 7년이 선고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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