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C는 26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정부가 최근의 비트코인 가격 폭락으로 법정통화 프로젝트 운용 경비 3억 7400만달러를 포함해 총 4억 2500만달러(약 55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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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 9개월…“거의 쓰이지 않아”
엘살바도르 정부는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하고, 국가 차원에서 비트코인 전자지갑 애플리케이션(앱) ‘치보’를 도입했다. 당시 엘살바도르 정부는 1억 300만달러를 들여 2301개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해외 노동자들의 송금 수수료 때문이다. 송금액이 국내총생산(GDP)의 20% 수준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수수료가 10%에 달한다. 비트코인을 활용하면 이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사실상 실패했다는 진단이다. 해외로부터 오는 송금의 1.6%만이 전자지갑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엘살바도르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의 가치가 5000만달러 미만으로 쪼그라들었다. 비트코인 가격이 매입가 대비 55% 폭락한 탓이다. 10억달러의 비트코인 채권을 발행해 건설하려던 비트코인 시티도 폭락 사태 이후 사실상 멈춘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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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강등→차입비용 증가…“부채위기만 높여”
엘살바도르의 경제 규모가 290억달러, 총부채가 77억달러에 각각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실액 4억 2500만달러는 많은 액수는 아니다. 엘살바도르 재무장관 역시 손실액이 국가 예산의 0.5% 미만이라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또다른 신평사 피치도 올해 2월 엘살바도르의 장기 외화표시 발행자 등급(IDR)을 B마이너스(-)에서 CCC로 낮췄다. 피치는 당시 높은 수준의 재정적자와 더불어, 변동성이 심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것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우려를 하향 배경으로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엘살바도르의 해외 차입비용이 증가했다. 현재 엘살바도르의 부채에 대한 이자율은 5% 수준으로 미국(1.5%)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편이라고 CNBC는 전했다. 또 내년 1월 8억달러 규모의 유로본드를 포함해 2023년 10억달러 이상의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국가부도 위기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부채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올해 엘살바도르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87%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싱크탱크 중미재정연구소(ICEFI)의 리카르도 카스타네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엘살바도르 정부의 재정문제가 비트코인 때문에 야기된 것은 아니지만 비트코인 때문에 악화했다”며 “비트코인은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문제의 일부가 됐다”고 지적했다.
영국 런던정경대학(LSE)의 프랭크 무치 연구원도 “20~25% 정도로의 살인적인 이자율이 아닌 이상 아무도 엘살바도르에 돈을 빌려주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며 “몽유병 환자처럼 국가부도 위기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