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전국민 무료 접종” 선언…주사비만 2조 재원마련 '비상'

백신 구매비용 2조 재정 지출, 2조 안팎 접종비 추가 부담
예비비 지출 쉽지 않아…건강보험기금서 비용조달 검토
‘중산층도 주사비 지원하나’ 이견…정부 “관계부처 협의”
  • 등록 2021-01-11 오전 10:10:38

    수정 2021-01-11 오후 7:35:59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원다연 기자] “다음달이면 백신 접종을 시작할 수 있다. 우선순위에 따라 순서대로 전 국민이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달부터 접종에 들어갈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무료 접종 방침을 밝혔다. 전국민 집단면역 형성이 필요한 만큼 접종비를 무상 지원해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결국 ‘돈’이다. 재정당국 입장에서는 전국민 ‘무상 백신’에 들어갈 수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지 고민이다. 백신 구매비용을 전액 재정으로 조달하기로 한 상황에서 2조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접종비까지 전액 정부가 부담하기엔 재정 상황이 만만치 않아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추진한 ‘무상’ 시리즈 정책을 둘러싸고 불붙었던 논쟁이 백신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1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 중계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정부에 따르면 올해 선구매 계약으로 확보한 코로나19 백신은 총 5600만명분이다. 두차례 접종해야 하는 모더나(4000만회분)·아스트라제네카(2000만회분)·화이자(2000만회분)·코벡스(2000만회분)와 1회 접종 백신인 얀센(600만회분)까지 합하면 총 1억600만회 투여 물량이다.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예산 1조3000억원을 편성해 4400만명분 백신 구매 재원을 확보했다. 추가 1200만병분 구매비용에 대해서는 예비비 등을 활용해 충당할 예정이다.

문제는 백신을 실제로 접종할 때 드는 접종비다. 전국민 백신 접종에 소요될 금액은 2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전액 정부 재정으로 지원해야 할지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들어갈 비용은 독감(인플루엔자) 접종으로 추산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의 경우 진찰료·주사료·의약품관리료 등 시행비 명목으로 1만9219원이 들어간다.

지난달 25일 주한미군을 위한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인을 실은 화물기가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총 1억600만회분에 대해 시행비를 모두 적용할 경우 들어갈 비용은 약 2조372억원이다. 물론 확보한 백신을 모두 접종하는 것은 아니다. 또 임상 자료가 없는 어린이는 일단 제외한다.

10세 이상 인구만 백신을 맞는다고 가정할 때 대상은 4762만명(2019년 기준)이다. 이들이 두차례씩 접종할 경우 소요될 접종비는 약 1조8300억원이다.

전국민 집단 면역을 위한 ‘주사비’ 명목으로만 1조~2조원 가량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초저온으로 전달해야 하는 코로나19 백신 특성상 ‘콜드 체인’ 구축을 위한 비용은 별도다.

문제는 막대한 규모의 접종비를 충당하기 위한 예산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올해 정부가 편성한 예비비는 목적예비비 7조원, 일반예비비 1조6000억원인데 벌써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목적예비비 4조8000억원을 지출했다. 남은 예비비는 3조8000억원 가량인데 백신 구매비용과 하반기 태풍·장마 등 재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빠듯한 수준이다.

정부는 만약 전국민 접종비 지원 시 건강보험에서 재원 조달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건강보험 국고 지원은 9조5000억원으로 이를 활용하면 접종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전국민 무상 접종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집단 면역을 형성하기 위한 조치인 만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경제 여유가 있는 중산층 이상도 무료로 접종을 맞아야하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한 국회 관계자는 “정치권에서는 전국민 무상 접종을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는 관련 예산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며 “세출 예산을 조정해서라도 전국민 접종을 위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관계부처와 협의해 세부 접종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접종을 위한 예산은 예비비 등을 활용할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정해진 것이 없다”며 “질병관리청에서 (백신 예방접종) 방안을 가져올 경우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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