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대기업 책임론` 가이드라인 제시

"자발적 상생이 중요..강제상생은 의미 없다"
과도한 개입 비판 일자 대기업들의 자발성 강조
정책 효과는 물론 포퓰리즘 비판도 염두에 둔듯
  • 등록 2010-07-29 오후 2:19:11

    수정 2010-07-29 오후 2:19:11

[이데일리 김춘동 기자] 최근 연일 강조하고 있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론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은 `정부는 시장원리에 입각해 투자는 물론 중소기업과의 상생문제를 법이나 제도적으로 강제하진 않을 테니 대기업들 스스로 사회적 소임을 다해달라`는 주문으로 요약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면 오히려 중소기업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으므로 현실적이지 않다"며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과도한 개입을 자제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강제규정 보다는 대기업이 스스로 상생문화, 기업윤리를 갖추고 시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발적 상생이 중요하며, 강제 상생은 의미 없다"며 대기업들의 자율성과 자발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이와 같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현실적으로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능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다, 무리한 개입은 정책의 연속성을 떨어뜨리면서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지만 정부가 인위적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자칫 포퓰리즘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발언에서 드러나 듯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친서민 포퓰리즘 비판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기능을 중시하는 인사로 꼽히는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백용호 정책실장 투톱이 이 과정에서 속도조절과 함께 조율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거래 특별조사 등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법·편법관행을 근절해 공정한 거래환경 조성에 나서면서도 무리한 제도 신설을 통한 개입은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기조는 대·중소기업 정책은 물론 앞으로 발표될 부동산과 세제정책 등에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최근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불만을 토로한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직접 지목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처럼 대기업이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놓지 않을 경우 직·간접적인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점 역시 재차 확인했다.

이 대통령이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자제하겠다는 취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긴 했지만 여전히 방점은 대기업의 역할과 책임론에 찍혀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전경련 등 대기업 단체들이 정부를 대신해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달라고 주문한 점도 눈에 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미 밝힌 것처럼 이 대통령은 반(反) 대기업 정서를 가지고 있진 않다"며 "일련의 친서민 정책 역시 시장원리에 입각해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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