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경영)(36)자살 어떻게 막을까

  • 등록 2007-03-21 오후 4:03:34

    수정 2007-03-21 오후 4:03:34


[이데일리] 스스로 목숨을 끓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세상 살아갈 이유도 재미도 없고 힘들고 지쳐서, 하려고 하는 일들이 뜻대로 안돼서 등의 여러 이유로 목숨을 끓는다.

외환위기 이후 10년간의 자살자에 대한 통계분석은 자살률의 급증이 사회구조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외환위기이후 두차례 자살률이 급증했다. 1998년의 자살률급증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여파(42% 증가)로, 2002년과 2003년의 급증은 경기침체와 사회의 양극화(27% 증가)라는 사회적 변동이 영향을 미쳤다. 유명 여성연예인의 자살로 인한 베르테르효과에 의한 자살증가보다는 평범한 사회적 약자들의 자살이 늘어난 것이다.

자살자들은 주로 경제적으로 어렵고 자식마저 돌보지 않는 노인(60대자살자 10년새 3.8배 증가), 경기침체여파로 조기퇴직당한 40대남성(2003년 1681명), 그리고 최후의 생계수단인 창업마저 실패한 자영업자(2003년부터 급증)들이 주를 이룬다.

우리 사회는 1997년까지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14.1명에 그치며 OECD국가중 하위권에 머물다 6년만에 세계최고의 자살공화국이 됐다.

우리보다 먼저 자살률의 급증을 경험한 국가들은 자살예방관리정책을 시행하여 자살률을 낮추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국가차원의 전략들은 그들이 이 사회 어디에서인가라도 네트워크화되고 지지받고 격려하는 체계속에서 즉 사회적 소통체계속에서 연계되도록 한 것이다.

우리도 이러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지원체계를 마련해야한다. 자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살전에 자살을 암시하는 언동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자살암시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이다. 이러한 자살암시신호에 대한 국민적인 홍보와 교육을 하고 그들이 자살을 하지 않도록 도와줘야한다.

언젠가 TV프로에서 가상으로 가출을 한 청소년이 길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는 장면을 연출하게하고 독일과 우리나라사람들이 어떻게 반응을 하는지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사람들 대부분이 집에 있기가 어려워서 나온 청소년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는 반면에 독일인들은 청소년센터로 안내를 해줬다. 우리의 사회적 안전망과 긴급구조체계의 빈약함과 국민들의 홍보를 알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특히 자살률이 급증한 대상들로 노인과 40대 남성, 자영업자들이 주를 이루며 이혼이나 사별의 경우에는 더욱 자살을 많이 한다. 예전에는 빈곤의 상태에 있더라도 가족이 함께 견디고 극복해가는 가족공동체의 역할이 자살을 방지해주는 안전망이었다. 요즘은 이러한 가족간의 유대도 상당히 약해져서 위기발생시 가족공동체도 급격하게 해체되고 있다.

따라서 벼랑 끝에 내몰린 이들을 홀로 내버려 두지말고 사회적으로 해결하도록 해야한다. 예방적 차원에서 가족간의 유대강화, 지역사회의 네트워킹화도 평상시에 구축해야 한다.

또한 개개인들도 사회에서 제공되는 여러 안전망과 지지망, 프로그램들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활용해야한다. 생업활동이 아니라 하더라도 가족간의 정서적 친밀감을 향상할 수 있는 가족 지원프로그램들, 지역사회의 다양한 취미활동들, 봉사활동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사회에서의 소통체계를 활용하는 활동은 자신이 적극적으로 해야한다. 여성과 청소년의 자살이 더 많을 것이라는 추측과 달리 성인 남성의 자살이 많은 이유는 남성이 사회적 소통체계에서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여성에 비해서 남성이 사회적 지위와 힘을 잃어버리게 되면 여성보다 더 힘들어 한다.
 
남성들이 오랜 세월 가족부양의 의무를 가지고 사회에서 직업을 가지고 경쟁적인 사회에서 활동하다보니 자신의 아픔과 약점을 토로하고 도움을 요청하는데 익숙해 있지 않다. 생업활동을 그만두게 되면 남성들은 더 이상 사회에 다른 활동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집에서 나오려 하지 않고 나왔다 하더라도 높은 산에 등산하러간다.

이런 활동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혼자 있으면서도 사회속에서 함께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해야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안전망속에서의 프로그램들에 남성들의 참여는 극히 저조하다. 아직은 충분치 않다 하더라도 이용할 수 있는 체계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사회에서 비슷한 문제와 고민들을 안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모임을 만들고 함께 할 수도 있다. 가족에게도 말 못할 고민과 문제들을 나눌 수도 있다.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한다. 고개를 떨구지말고 하늘을 바라보며 그래도 앞날에 대한 바램을 가지고 살아야한다. 죽을 결심까지 한 사람이 을 오죽하면 그러했겠느냐 그 심정을 헤아릴 줄 모르는 배부른 자들의 설교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산 사람은 살기 위해서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언젠가 죽게 되어있는 그 날에는 세상에 미련을 갖지말고 떠나야한다.

이자벨 아옌데라는 칠레의 망명작가가 쓴 ‘영혼의 집“에 나오는, 여주인공 온갖 고문과 성폭력에 시달려 자살하려는 딸에게 어머니가 하는 말처럼, 어차피 인간은 죽는다. 죽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그래서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은 살기위해서 애를 써야한단다.

김희은 여성사회교육원 원장 (fausta511@korea.com)

-現 KDI 국제정책대학원 갈등조정협상센터 자문위원
-現 한신대학 평생교육원 겸임교수
-現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
-前 한국여성단체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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