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투명성 위기-③곳곳에 복병, 증시 걸림돌

  • 등록 2002-07-09 오후 4:02:32

    수정 2002-07-09 오후 4:02:32

[edaily 정태선기자] 미국의 주요기업들이 회계스캔들에 휘말리면서 기업들의 신뢰성은 붕괴되고 증시침체가 장기화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모간 스탠리의 스티븐 로치가 지적한 대로 월가 “5인의 갱”으로 불리며 최근 터져 나온 회계조작의 주역 월드컴, 타이코, 엔론, 퀘스트, 컴퓨터 어소시에이츠의 충격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불거진 머크사의 회계부정은 미국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밖에 릴라이언트, 퀘스트 등은 이미 회계조사를 받고 있으며 GM,IBM 등 대형우량주로 꼽히는 업체들도 회계부정의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어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지난주 말 반등을 시도했던 미국 주식시장은 다시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나스닥 지수는 8일(현지시간) 42.75(-2.95%) 포인트떨어진 1405.61포인트를 기록 1400선을 간신히 방어했고, S&P 500 지수도 12.05(-1.22%)포인트 하락한 976.98포인트로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104.60(-1.12%) 포인트 내린 9274.90포인트를 기록했다.

◇증시 발목잡은 머크 회계부정
세계 3위 제약회사인 머크사의 회계조작은 독립기념일 휴일을 지나면서 재테러 위협에서 벗어나 다소 풀리는 듯 했던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또한 에너지기업이나 통신업종에서 주로 이뤄졌던 회계비리가 제약업체인 머크사에서 불거져 나왔다는 데 투자자들의 불신은 증폭되고 있다.

머크사는 지난 3년간 의약품 판매수입을 집계할 때, 수입으로 볼 수 없는 환자의 의료보험 분담금까지 자회사인 메드코의 매출액으로 잡아 총매출액 중 124억달러를 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124억달러는 지난 3년간 매출액의 10%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머크사는 최근 급격한 수익감소와 약품 공급망이 축소되면서 자회사인 메드코사를 분사해야 할 위기에 놓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회사인 메드코사는 지난해 291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머크사의 총 매출 절반을 차지했지만 수익률은 1%에 불과, 머크사 재정위기의 원인이 됐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머크사 주식은 올 최고치인 71.5달러에서 33% 하락, 지난 5년간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당초 46억달러 정도로 예상됐던 부정회계 규모가 3배 가까이 부풀어 나면서 증시에 미치는 파장도 더 컸다.

이에 앞서 생명공학회사인 임클론의 샘 왁살 최고경영자(CEO)는 증권사기 공모혐의로 체포돼 경영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줬다. 그는 임클론이 개발한 항암제“에르비툭스”가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신청을 기각 당하기 전에 정보를 미리 입수, 자신의 주식 5만주를 팔아치웠다.

◇곳곳에 복병..통신·에너지에서 타 업종으로 확산될 수도
에너지업종을 대표하는 엔론과 통신업종의 월드컴을 시작으로 동종 경쟁업계의 후속타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혹독한 불황을 경험하고 있는 미국 통신업종은 사상 최대규모인 38억달러의 부정회계를 저지른 월드컴을 시작으로 퀘스트, 글로벌 크로싱 등 미국 주요 장거리 통신회사들이 기업 회계부정 등 비리와 관련, 법무부와 미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받고 있다.

5일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퀘스트는 회계부정 혐의로 이미 법무부 감독기관의 조사를 받았고, 형사상의 조사를 받고 있다. 퀘스트는 형사상 조사에 대해 언급을 회피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266억달러의 부채와 사업악화 등으로 인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의혹을 사고 있다. 퀘스트 주가는 지난 2000년 7월 57.88달러를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2분의1 수준으로 하락했다.

광섬유 통신네트워크 사업자인 글로벌크로싱도 다른 기업들과 장부상 거래를 통해 수익을 부풀리는 방식의 부정회계 혐의로 현재 SEC와 FBI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거대 에너지 기업 엔론사의 부실회계 의혹이 채 가시기도 전에 경쟁업체들인 다이너지, CMS 에너지, 릴리언트 리소스 등 에너지 기업들도 매출액을 부풀리기 위해 조작을 일삼아 왔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 회계부정 소용돌이의 시발점이었던 엔론사태는 지난해 계열 운영사들간 내부거래를 통해 에너지 가격폭등을 초래하고 매출실적을 부풀린 혐의로 고발된 뒤 지난해 말에는 파산신청과 함께 클리프 백스터 전부회장이 자살하면서 파장이 다소 제한되는 모습이다.

이 밖에 사무기기업체인 제록스도 5년간 세전 수익을 14억달러 차감, 매출액을 정정하도록 SEC로부터 명령받고 1000만달러의 벌금을 물어야했다. 이후 제록스는 담당 회계법인이던 KPMG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 손을 잡았다.

문제는 머크사로 인해 뿌리까지 뒤흔리고 있는 기업들의 회계조작이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폭발력있는 대형 후보선수가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미국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GM, GE, IBM등도 회계부정에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증시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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