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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한 대형 교회의 담임목사 폴은 교회를 운영하기 위해 진 빚을 10년 만에 다 갚은 날, 신도들 앞에서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다며 환한 미소와 함께 설교를 시작합니다. “우리 교회에 균열의 조짐이 있다”며 말을 꺼낸 그는 “지옥은 없다”는 급진적인 이야기를 펼쳐 보입니다. 신도들을 혼란에 빠집니다. 축복이자 자유와 같은 날 이후, 폴의 교회는 예상치 못한 위기에 빠져듭니다.
연극을 보러 갔는데 교회 같은 무대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목사의 충격적인 설교가 던지는 흥미로운 질문을 마주했습니다. 지난달 25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개막한 연극 ‘크리스천스’입니다. 미국 극작가 루카스 네이스의 희곡을 민새롬 연출이 무대화한 작품입니다.
연극의 재미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다른 공연에서는 느낄 수 없는 다양한 질문과 마주할 때 연극의 재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크리스천스’는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교회를 배경으로 공동체 안에서 개개인이 가진 믿음이 어떻게 공동체에 균열을 내고 갈등을 만드는지 보여줍니다. 작품에는 수많은 크리스천이 등장합니다. 이들이 보여주는 각기 다른 믿음을 통해 연극은 관객에게 종교적 신념, 더 나아가 현대 사회에서 소통과 통합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죠. 제목이 ‘크리스천스’(The Christians)로 복수형을 취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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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스’의 미덕 중 하나는 종교를 소재로 하지만 종교를 편견에 얽매이지 않고 다룬다는 점입니다. 무신론자라면 폴의 설교를 조금 더 수긍할 법도 합니다. 지옥의 존재, 신의 구원 등에 대해 기존 기독교와는 다른 의견을 개진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폴에 반발하는 부목사 조슈아, 그리고 조슈아와 함께 신도들이 떠날까 두려워하는 장로 제이의 이야기도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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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스’는 교회의 이야기지만, 인간들이 모여 살아가는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혐오로 치닫는 지금, ‘크리스천스’는 어떻게 해야 소통으로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는지 관객에 질문합니다. 배우들의 열연이 120분간 펼쳐지는 지적인 공연을 탄탄하게 지탱합니다. 놓쳐서는 안 될 수작(秀作)입니다.
민새롬 연출은 “이 연극은 특정 종교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속할 수밖에 없는 크고 작은 다양한 공동체 안에서 경험하는 모순, 분열, 소통, 화합의 고통스러운 국면들을 다루고 있다”며 “이 작품이 그런 공동체의 개인들에게 단단한 위로와 용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햅습니다. ‘크리스천스’는 오는 13일까지 공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