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남현수 기자= 기아자동차 스팅어와 제네시스 G70은 한 뿌리에서 나온 차다. 디자인만 다를뿐 차체와 파워트레인을 공유한다. 가격대 역시 비슷해 국내에서는 경쟁 관계에 놓여있다. 후륜 구동, 고성능 스포츠 세단 그리고 럭셔리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기아차 스팅어는 작년 5월 출시됐다. 사전계약이 2000대에 달할 만큼 출시 전부터 높은 관심을 끌었다. 넉달 뒤인 지난해 9월 '고성능 스포츠 세단'이라는 콘셉을 내걸고 제네시스 G70이 나왔다.
G70 출시 이후 스팅어 판매량이 줄었다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그렇다. G70은 올해 1~8월까지 8846대가 판매됐다. 월 평균 1105대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당초 제네시스가 제시한 G70의 목표 판매량인 월 1250대보다는 적지만 나쁘지 않은 판매량이다. 반면 스팅어는 1~8월 4183대 판매됐다. 월 평균 522대다. G70의 절반 수준이다. 기아차가 제시한 스팅어의 목표 판매량은 월 1000대다. 목표 판매량 이상 판매된 달은 출시 이후 두 달 뿐이다. 결과적으로 제네시스 브랜드에서 뒤지는 기아 스팅어가 손해를 본 셈이다. 월 평균 500대 수준이면 현대기아 내수 모델로는 실패한 모델에 들어갈 수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 i30, i40 기아 쏘울, 구형 K9 같은 차량이다.
그렇다면 내수 판매량이 저조한 스팅어는 실패 모델이냐는 질문에는 ‘아니다’고 답할 수 있다. 스팅어와 G70은 파워트레인과 플랫폼을 공유하지만 차량의 성격이 다르다. 스팅어는 장거리 여행을 위한 고성능차인 그란투리스모 개념으로 개발됐다. 그런 이유로 G70보다 휠베이스가 70mm길다. 반면 G70은 역동적인 스포츠 성능과 고급스러움에 초점을 맞춰 개발된 모델이다. 디자인만 놓고 보면 스티어의 개성이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제네시스는 G70을 출시 할 때 경쟁 상대로 G70에 비해 크기가 조금 작은 BMW 3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아우디 A4 등을 지목했다. 반면 기아차는 스팅어의 경쟁 상대로 BMW 4시리즈 그란 쿠페, 아우디 A5 스포트백 등을 꼽았다. 다른 성격을 가지고 개발된 모델이기 때문에 G70과 스팅어의 판매량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다만 소비자들이 G70과 스팅어를 경쟁 모델로 인식 하는 것은 같은 파워트레인과 플랫폼, 비슷한 가격 때문이다.
G70과 스팅어 판매량 차이는 브랜드의 우열도 중요한 변수가 됐다. G70과 스팅어를 구매하는 소비자 층이 확연히 다르다. G70은 20~50대까지 구매층이 다양하다. 반면 스팅어는 20~30대 젊은 층이 주 소비자다. 제네시스라는 프리미엄 브랜드 가치가 중장년층의 구매로 이어진 셈이다. 스팅어는 기아차의 로고 대신 자체 로고를 부여해 프리미엄을 강조했지만 마케팅에는 역부족이다. 더구나 스팅어는 기아 브랜드를 그대로 쓰는 모델로 색다른 로고를 사용했지만 프리미엄 가치를 부여하기는 어렵다. 소비자들이 스팅어를 프리미엄 모델로 인식하지 않는 이유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제네시스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출범해 브랜드 인지도를 차근차근 쌓아왔다.
판매량의 차이는 브랜드 가치 이외에도 판매점 수 차이 때문으로도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국내 자동차 판매점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가 보유한 전국 판매점은 총 851곳이다. 이에 반해 기아차 판매점은 총 723곳으다. 현대차가 130여곳 더 많다.
제네시스 G70와 기아차 스팅어의 해외 판매량을 살펴보면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기아차 스팅어는 작년 11월부터 미국에서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올해 1~8월까지 미국에서 스팅어는 1만1624대가 판매됐다. 월평균 1453대다. 반면 제네시스 G70은 미국 내 판매망 문제로 현지 딜러와 갈등을 겪다가 지난 9월 26일 판매를 시작했다. 아울러 미국에서 판매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현대차와 달리 제네시스 판매량은 올해 부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8월 미국 내 제네시스 브랜드 판매량은 613대에 불과했다. 전년 동월에 무려 66% 감소했다. G70의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이유다.
스팅어는 지난 7월 호주 퀸즐랜드 경찰청의 도로안전관리 경찰차로 선정된 바 있다. 스팅어는 기존에 사용하던 홀덴 코모도어와 포드 팔콘과 같은 후륜 구동 방식에 V8 엔진을 장착한 차량을 대신해 투입된다. 경찰업무를 위한 스트로브 조명, 사이렌, 통신 장비를 추가로 장착한다.
유럽에서도 두 차량의 차이는 분명하게 갈린다. 기아차 스팅어는 작년 8월 유럽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고성능차 경쟁이 심한 유럽에서 올해 1~7월 2422대가 판매됐다. 월평균 346대씩 팔린 셈이다. 반면 제네시스는 “유럽시장에 모델 라인업이 완성되면 진출하겠다”고 언급했지만 아직까지 유럽시장에서 진출하지 않았다. 제네시스의 유럽 진출은 SUV 등 모델 라인업이 6종이상 늘어나는 2020년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2세대가 영국에서 판매된 적이 있다. 그러나 2017년 한 해 동안 단 50대만이 판매돼 1년도 안돼 철수의 쓴 맛을 맛 본 적이 있다.
스팅어와 G70은 그간 국산차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모델이다. 두 모델의 성공 여부를 떠나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넓혔다는 점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 발전에 공을 세운 모델이다. 스팅어와 G70을 시작으로 컨버터블, 현대차 경차까지 국내 소비자들이 좀 더 다양한 장르의 모델을 국산차로 만나 볼 시발점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