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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26일(현지시간) 저녁 더블린 피닉스 파크에서 열린 세계가정대회 미사에서 “교회가 피해자들에게 구체적인 행동으로 정의와 진실을 보여주지 못했던 시간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며 “일부 교회 구성원들이 고통스러운 상황들에 침묵을 지킨 것에 대해서도 사죄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날 아일랜드에 도착한 직후 교회 내 성폭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면서 “치욕과 고통”이라고 자책했다. 이어 더블린 교황청대사관에서 90분 동안 성학대 피해자 8명을 직접 만나 기도와 함께 사죄의 뜻을 전했다.
이날 세계가정대회 미사에는 최대 50만명의 가톨릭 신자들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됐다. 교황이 39년 만에 아일랜드를 방문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줄어든 인파다. 지난 1979년 요한 바오로 2세 방문 당시 100만여명이 미사에 참석했다. 이는 가톨릭 교회에 대한 아일랜드인들의 불신이 그만큼 커졌음을 보여준다.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성폭력 피해자들을 치유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 달라”고 ‘훈계’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미사 개최 장소에서 불과 5km 떨어진 곳에선 가톨릭 성직자의 성폭력에 항의하는 시위가 개최됐다. 시위 참석자들은 집단매장을 당했던 어린 아이들을 추모하며 미혼모들에 대한 학대 및 강제노역 문제 등과 관련해 교황청을 비난했다. 일부 시위자들은 “교황의 사과로는 충분하지 않다. 책임을 져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CNN은 “교황의 용서를 구했지만 전례 없는 규모의 항의시위가 열리는 등 아일랜드인들의 분노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성폭력 은폐에 가담했다는 비가노 대주교의 폭로 이후 “교황청이 고위 성직자의 아동 성범죄를 숨겼다”는 의혹이 교회를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투명성에 대한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져서다. 교황은 비가노 대주교의 서한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교회가 성숙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