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판매했던 예정이율 연 7~8% 고금리 상품이 악성부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수년간 이어온 당기순손실 등의 영향으로 추가 증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안방보험이 300만 달러(약 35억원)에 알리안츠 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했다고 발표하면서 추가로 발생할 부채규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7000억~1조 추가 증자 필요
보험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7일 “안방보험이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받기까지 2~3개월의 기간이 남아있다”며 “이 사이에 시가평가 등 정밀 실사를 진행하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7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까지 추가 증자를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알리안츠가 과거 예정이율 연 7~8%의 고금리상품을 대거 팔았고 전체 악성부채 가운데 고금리 상품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 규모만 해도 대략 6000억원 안팎이 될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수년간 지속해온 당기순손실에 지급여력비율(RBC)도 지난해 말 기준 183.6%까지 떨어져 이를 끌어올려야 한다”며 “당장에라도 1000억원 안팎의 자본 투입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배보다 배꼽’…국제회계기준 강화로 헐값 매각
알리안츠그룹이 헐값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을 매각한 것은 대폭 강화하는 유럽의 국제회계기준(IFRS4) 정책 때문이다. 유럽에 본사를 두고 있는 모든 금융사는 해외 법인도 유럽과 똑같은 회계기준을 적용받는다.
올해부터 유럽 본사와 마찬가지로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도 솔벤시(Solvency)Ⅱ를 적용한다. 솔벤시2는 자기자본규제를 대폭 강화한 회계기준으로 보험 부채평가 시 시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그만큼 투입해야 할 자금부담이 크다. 최대 1조원까지 자금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매각을 서두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과거 고금리 확정계약이 많은 보험사는 보험부채 규모가 크게 증가하게 된다. 보험수익이 현재와 같은 판매시점이 아니라 서비스제공 시점에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적정자본 규제를 고려할 때 알리안츠에 상당한 자본이 추가로 투입해야 할 가능성이 제기됐을 것”이라며 “안방보험이 부채를 떠안고 인수하는 자산부채이전방식(P&A)으로 인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독일 알리안츠그룹은 지난 1999년 국내 4위 생명보험사 제일생명을 4000억원에 인수한 후 그동안 7차례에 걸쳐 8500억원을 신규 증자하는 등 약 1조3000억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강성 노조가 발목을 잡으면서 경영상태가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자 헐값 인수 조건에 합의하면서 큰 손해를 감수한 채 철수하게 된 셈이다.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은 지난해 기준으로 자산총계 16조6510억원이며 이는 국내 생보사 가운데 10위권 규모다. 지난해에는 874억원의 순손실을 보이는 등 적자 규모가 커진 상황이다. 또한 지난해 3분기(7∼9월) 말까지만 해도 200%를 웃돌던 RBC비율이 4분기(10∼12월) 이자율 하락분을 반영해 183.6%까지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