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 60% 해제.. 주택·땅값 동반 상승하나

강남과 과천 등 주요지역 토지시장 '거래 대못' 뽑혀
"부동산 경기 회복" 정부 의지 반영
  • 등록 2014-02-05 오후 2:07:17

    수정 2014-02-05 오후 6:31:22

< 시·도별 전체 토지거래량 증감률 (%, 필지수 기준)>
[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서울 강남과 경기도 과천·성남·광명시 등 서울·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대거 풀리면서 해당 지역 부동산시장이 본격적인 상승 모드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토지시장의 경우 규제 완화에 따른 가격 변동성은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지만, 주택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 만큼 동반 상승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부의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방침에 해당 지역 주민들과 부동산 업계는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허가구역에서 풀리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장 허가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토지를 거래할 수 있는데다 취득 허가 당시 신고한 용도대로 토지를 활용하지 않아도 된다. 토지주 입장에서는 땅을 편리하게 팔 수 있고, 반대로 투자자 입장에서 땅을 살 때도 한결 수월해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잇따른 규제 완화로 땅값 급등과 함게 난개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와 함께 토지시장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국 토지거래허가구역 287㎢ 해제

이번에 해제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모두 287.228㎢로 분당신도시(19.6㎢)의 약 15배다. 전체 토지거래허가구역(482.371㎢) 중 59%가 이번에 풀리는 셈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5월에도 분당 크기의 30배가 넘는 616㎢ 규모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다.

해제 대상은 장기간 사업이 지연된 국책 사업지를 비롯해 사업 추진이 불투명한 지자체 개발사업지가 대부분이다. 황해경자구역 포승지구 등 경제자유구역 3곳(5.61㎢), 광명 시흥 등 보금자리 지구 10곳(20.76㎢), 덕성일반산업단지 등 지자체 사업지 4곳(3.21㎢)이 허가 규제에서 해제된다.

보금자리지구의 경우 광명 시흥, 과천 지식정보타운, 성남 고등지구 등 지구지정 이후 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10곳이 포함됐다. 보금자리 사업이 지연되거나 축소됐지만 규제로 계속 묶여 있어 해당 지역 땅주인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던 곳들이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보금자리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장기간 사업이 지연된 국책 사업지와 사업 추진이 불투명한 지자체 개발사업지 등을 중심으로 거래구역을 해제했다”며 “해당 지역 주민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제 규모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98.6㎢) △인천(92.7㎢) △부산시(46.6㎢) 순이다. 대구·광주·울산·경남지역의 경우 남아 있던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모두 풀리게 됐다. 반면 중앙행정기관 이전과 과학비즈니스 벨트 개발 사업 등으로 투기 우려가 높은 세종시(40.1㎢)와 대전시(42.6㎢) 등은 기존 허가구역이 전면 재지정됐다.

“부동산 경기 살리겠다” 시그널

박근혜정부가 출범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총 900㎢가 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것은 부동산 규제 완화 기조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이미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제도 폐지, 취득세 영구 인하,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등 주택 관련 규제를 대대적으로 풀었다. 여기에 토지시장까지 규제 완화에 나선 것은 부동산 경기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시그널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토지의 특성상 단기간에 규제 완화 효과가 나타나기는 힘들지만, 정부가 원재료인 토지 규제 완화를 통해 개발 환경을 좋게 해준 것인 만큼 내수 투자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지 투기 가능성은 현재로선 적은 편이다. 함영진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정부 설명처럼 땅값 상승률이 1%대로 안정적인데다 이번에 거래허가구역에서 풀린 곳은 가격이 급등할 만한 요소가 거의 없는 곳이 대부분이어서 투기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거래량 증가 및 땅값 상승 가능성도 점쳐진다. 함 센터장은 “추후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 개발 바람이 불면서 땅값이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장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 띄우기를 계속 시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잇따른 규제 완화는 부동산이 전체 자산의 70~80%인 일반인들을 현혹시킬 소지가 있다”며 “난개발이나 투기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인 만큼 토지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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