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와 손 잡는 제약사들 "어려울수록 힘을 합쳐야"

상위 업체들간 신약개발·영업 제휴 활발
악화된 영업환경에 '명분보다 실리 찾기'
  • 등록 2012-11-29 오후 2:49:16

    수정 2012-11-29 오후 2:49:16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신약 개발과 판매를 위해 경쟁 제약사들이 손 잡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동안 유사한 사업구조를 보유한 상위업체간 교류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올해 초 단행된 약가인하로 영업환경이 악화되자 실리를 찾기 위한 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분위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보령제약(003850)은 현재 허가절차가 진행중인 고혈압복합제의 국내 판권을 동화약품에 넘겼다. 보령제약의 고혈압신약 ‘카나브’와 이뇨제를 섞어 만든 복합제가 상품화되면 동화약품이 국내 판매를 담당하고, 보령제약은 원료 공급과 해외 판매만 전념한다.

보령제약이 임상시험까지 모두 마친 신제품의 판권을 경쟁사에 넘긴 것은 이례적이다. 보령제약 입장에선 이미 단일제 카나브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복합제를 판매하는 영업력은 추가로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화약품으로부터 연구비의 일부를 보조받고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비용 부담을 덜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보령제약은 올해 3분기까지 매출의 9.2%에 해당하는 216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썼다. 추가 연구비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보령제약은 현재 임상2상시험이 진행중인 카나브와 칼슘채널차단제(CCB계열)를 섞어 만든 복합제는 동화약품과 공조하지 않는다. 현재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 분야는 직접 뛰어들겠다는 계산이다. 물론 동화약품도 이번 계약으로 신제품을 확보한다는 실리를 얻었다.

일양약품(007570)은 지난달 백혈병치료 신약 ‘슈펙트’의 국내 판권을 대웅제약에 넘겼다. 일양약품이 10년 이상 공들여 개발한 신약의 판권을 경쟁사에 넘기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항암제 판매에 강점을 보이는 대웅제약이 슈펙트를 더욱 잘 팔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계약이다.

LG생명과학(068870)은 임상3상시험만을 남겨둔 B형간염치료 신약 ‘베시포비어’의 판권을 일동제약에 이전했다. LG생명과학은 주력분야에 연구개발과 사업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신약물질을 경쟁사에 통째로 넘겨준 것이다. LG생명과학은 녹십자와 천연물신약 ‘신바로’의 영업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리베이트 규제, 약가인하 등의 악재로 업계 환경이 열악해지면서 명분보다 실리를 선택한 제휴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셈이다. 종전에는 다국적제약사와 국내업체간의 공동 판매, 제약사와 바이오업체의 기술 제휴 등의 교류가 대부분이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그동안 상위업체간의 교류가 이뤄지지 않아 동일 분야에 적잖은 업체가 공동으로 뛰어드는 중복투자가 비일비재했다”면서 “업체별로 잘할 수 있는 영역을 담당하게 되면 과열경쟁도 막고 우수 의약품 개발도 용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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