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前 위기극복 해법 다시 `총동원`

IMF 때 공적자금 부활..추경도 IMF 때보다 많을 듯
官 주도 색채 강해져..구조조정 실효성은 높지않아
  • 등록 2009-02-19 오후 2:31:11

    수정 2009-02-19 오후 3:36:24

[이데일리 신성우 좌동욱 기자] 윤증현-윤진식-진동수로 구성된 2기 경제팀이 잇따라 내놓는 위기 극복책들은 97년 외환위기때 수단들을 떠올리게 한다.
 
정부는 지난주 중소기업 보증·대출 일괄 만기 연장이라는 매머드급 대책에 이어 이날 정부가 공적자금을 조성, 기업 구조조정에 활용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올해 편성될 추가경정예산 규모는 외환위기때 규모를 가뿐히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건설업과 조선업에 이어 해운업 구조조정도 임박했다. 

요란스런 정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우리나라의 경제위기가 외환위기 수준은 아직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경제가 예상보다 나빠질 것에 대비해 미리 구제수단을 마련해 놓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 IMF 외환위기후 10년만에 다시 공적자금 조성

19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결정된 핵심 중 하나는 민간의 부실채권을 매입할 공적 자금을 새로 조성하겠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국내 유일의 배드뱅크인 자산관리공사에 구조조정기금을 새로 설치하기로 했다. 정부가 원리금 상환을 보증한 채권(구조조정기금채)을 발행해 재원이 조달하고, 채권 이자 일부는 예산에서 보전한다.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는 만큼 국가재정법상 국회 동의도 얻어야 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구조조정기금의 운용 목적과 방식은 외환위기 당시 도입된 부실채권정리기금과 거의 유사하다"며 "정부가 지급 보증하는 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한다는 점에서 법적으로 공적자금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구조조정기업이 자산 매각시 양도차익을 분할과세하고, 금융기관이 포기한 채권 손실액을 손금산입(세법상 비용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역시 외환위기 직후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조세특례제한법 지원 내용들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97년 외환위기 당시 도입된 대책들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며 "이 중에서 현재에도 쓸 수 있는 카드들이 차례차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 추경 예산안도 IMF때 수준 넘어설 듯

정부가 다음달 국회 제출할 추가경정예산은 외환위기 수준을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예산안 편성 때 성장률 전망 4%를 올해 -2%로 끌어내리면서 세입 감액분 추경만 약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세입 감액으로 인한 추경 편성도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처음이다.

외환위기와 달리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출이 꽉 막힌 상황에서 내수를 부양하기 위해 추가로 10조원 이상의 추경이 편성될 전망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엔 추경예산 규모가 13조9000억원이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여기에 더해 공무원들에게 `보다 창의적인 해법`을 주문하고 있다. 지난 주말 은행장들과 워크숍을 통해 발표한 중소기업 보증·대출 일괄 만기 연장과 같은 정책은 외환위기 때도 없던 대책이다.

2기 경제팀의 위기 해법은 1기 경제팀에 비해 관 주도 색채가 뚜렷해졌다. 정책의 강도나 규모, 위기의식도 1기 경제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졌다. 

하지만 실제 이런 정책들이 외환 위기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현재 발표되는 정책들은 앞으로 닥쳐올 지 모르는 위기를 대비, 충분한 완충 장치를 만들어두는 조치들이다.
 
특히 기업 구조조정의 경우 정부가 외환위기 때처럼 시장에 강제로 개입하는 것을 꺼리고 있어, 구조조정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官 주도 색채...기업 퇴출보다는 회생에 중점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기업구조조정은 기업의 회생가치에 중점을 둬서 기업을 회생시키고 이를 통해 채권 회수를 도모하는 것"이라며 "현재의 경제여건은 외환위기 때와는 크게 다르다"고 강조했다. 기업 구조조정의 방향이 `한계기업 퇴출`보다는 `흑자도산 방지`에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는 채권금융기관의 기업 구조조정 제1원칙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기업 구조조정 펀드 등 자본시장을 활용하는 방안과 구조조정 활성화를 위한 정부 지원안은 제2, 제3의 원칙으로 제시됐다.
 
주목을 끌었던 산업정책을 고려한 구조조정 방안은 정부 지원안 중에서도 가장 후순위였다.

이날 진 위원장도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해운업의 경우 "국토해양부와 협의중이며 곧 아웃라인이 발표될 것"이라면서도 "업종(별 구조조정) 부분은 해운업만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에서 구조조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자동차 부품, 반도체, 석유화학 등 업종은 향후 상황을 살펴가면서 구조조정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현재로서는 업종별 구조조정을 시행하더라도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로 가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문제가 됐던 건설·조선사 1차 구조조정도 총 111개 기업 중 16곳만 워크아웃이나 퇴출 기업으로 선정됐다.

금융위 관계자도 "산업 경쟁력, 산업 정책적 측면을 고려한 구조조정은 기업 퇴출보다는 기업 지원안에 방점이 있다"고 강조한다.
 
일부 한계기업의 퇴출은 불가피하지만 정부가 주력할 정책은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와 같은 정책적 지원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의 GM과 크라이슬러, 영국의 자동차 업체, 대만 반도체 업체 등이 이미 정부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거나 받을 예정인 점도 정책 입안시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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