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는 `경제의 온도계`라고 할 수 있다. 복잡한 경제현실을 수치화해서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증시에서는 풍향계 역할을 한다. 뉴욕 증시는 특히 지표에 민감하다. 독자들이 해외지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열려라! 지표` 코너를 마련, 주요 지표의 의미와 영향 등을 소개한다.[편집자]
미국은 경제지표의 나라다. 경제의 모든 것을 지표로 설명하고, 또 그만큼 수많은 경제지표들이 난립하고 있다.
하지만 앞날을 예상할 수 있는 통계를 제공하는 지표는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경제 통계의 속성상 과거에 벌어진 경제상황을 수치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마다 나오는 내구재 주문은 앞날에 벌어질 제조업 경기 상황을 비교적 실상과 근접하게 전달해주는 실마리가 된다. 내구재 주문을 한번 읽어보자.
◇컴퓨터·휴대폰과 같이 큰 `내구재 주문`
내구재 주문은 삐삐, 씨티폰, 휴대폰 등 통신기기의 대중화와 함께 성장했다. 휴대폰과 컴퓨터가 미국 산업에서 점차 비중을 높여가면서 내구재주문의 중요성도 같이 높아졌다. 지난 90년대 이후 IT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더욱 각광받게 된 지표라는 얘기다.
▲ 10년간 내구재 신규주문 추이 | |
내구재는 수명이 적어도 3년 이상 되는 상품으로, 미국 경제의 캐시카우(주 수입원)가 되는 산업은 대부분 내구재를 생산하는 제조기업이다. 예를 들면 컴퓨터, 자동차, 비행기, 통신 장비, 가전제품, 방위산업제품 등을 말한다. 이 산업군에 속한 GM과 포드, 보잉, 델과 IBM 등은 미국을 대표하는 간판주자들이다.
조사 대상은 89개 업종을 대표하는 제조업체 3500개사로, 연간 출하 규모만 5억달러에 달하는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기업 규모가 다양하다.
◇선행지표와 동행지표를 한번에
자동차와 전자제품 같은 주요 산업의 내구재 주문 동향은 경기의 전반적인 상태를 보여주기 때문에 미국 경제의 견조성을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구재를 생산하는 제조업의 경기를 미리 알려면 무엇을 살펴봐야 할까?
미국 상무부 통계국은 내구재 제조기업에 곧 닥칠 상황을 알기 위해 제조기업의 신규주문, 출하량, 주문잔고, 재고 등 4개 부문의 현황을 종합적으로 설문해 발표한다.
국방을 제외한 신규주문은 기업의 경기체감도와 투자계획을 정량화한 선행지표다. 신규주문이 선행지표라면, 고객의 손에 막 배달된 내구재 수치를 산출한 출하량은 동행지표라고 볼 수 있다. 주문잔고는 생산 지연이나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이코노미스트들이 애용한다.
기업들이 대답해 준 내구재 주문 상황은 개별 기업부터 제조업 경기까지, 또 미국의 경제로까지 이어지면서 앞으로의 경기상황을 알려준다. 방위산업과 항공기를 제외한 신규주문이 급증하는 것은 제조업 경기가 호전되고, 경제성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앞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것임을 나타낸다.
◇채권시장이 떠는 지표
▲ 내구재 주문 홈페이지 | |
그러나 경기가 과열된 시점에서 예상을 웃도는 내구재 주문 결과는 미국 경제에 부정적 신호로 읽히기 때문에 시장에서 악재로 받아들인다.
'예상밖'이란 단어를 싫어하는 채권시장은 변동성이 큰 내구재주문을 본능적으로 두려워 한다. 특히 방위산업체의 신규주문은 계약에 따라 급변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특히 크다.
내구재 주문 결과가 예상을 크게 웃돌면 채권값은 떨어지고 수익률은 올라간다. 반면 신규주문이 갑작스럽게 감소하면 제조기업은 물론 미국 경제의 둔화를 말하기 때문에 채권값은 오른다.
이번 11월 내구재주문 결과는 22일(현지시간) 개장전인 오전 8시30분에 발표된다. 마켓워치는 지난 10월 8.3% 감소한 것과 달리 11월에는 1.0% 증가한 것으로 예상했다. 홈페이지는 http://www.census.gov/m3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