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서평)새로운 비즈니스 지도 `감성 트렌드`

  • 등록 2006-02-16 오후 4:33:25

    수정 2006-03-28 오후 3:36:52

[이데일리 전설리기자] "미스터 뷰티(Mr. Beauty), 미스 스트롱(Ms. Strong)을 아시나요?"

전통적으로는 `강한 남성`과 `아름다운 여성`이 미덕이었다. 그러나 세대가 변하면서 `아름다운 남성`과 `강한 여성`이 뜨고 있다. 최근 `왕의 남자`로 하루 아침에 스타덤에 오른 이준기와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삼순이`와 `금순이`는 새로운 시대의 미덕을 반영한다.

실제로 최근 제일기획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17~39세의 남성들은 필요하다면 남성도 메이크업을 할 수 있고(62.7%), 외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42%)고 응답했다.

또 요리를 즐기거나(36.7%), 연상의 여성과 결혼도 상관없고(71.3%), 육아휴직을 고려해 볼 수 있다(52%)고 말했다. 여성들도 가급적 힘이 센 것이 좋고(53.3%), SUV와 같이 큰 차를 운전하는 것이 멋져 보이며(63.3%), 연하 남성과의 결혼도 상관없다(54.7%)고 했다.

또 부모 부양 의무는 아들·딸 모두 같고(86%), 여성이 경제적 능력이 된다면 남성이 가사를 돌볼 수도 있다(63.3%)고 답했다.

신간 `감성 트렌드`는 이처럼 변해가는 고객의 트렌드를 읽어내야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키워드는 `감성`이다. 소비의 주요 관점이 기능이나 양에서 질과 감성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

비유가 재밌다. 대중적 소비를 하는 소비자는 `아톰`이고 감성적 소비를 하는 소비자는 `캔디`다. 아톰은 제품의 양과 가격을 중시하고 합리적인 방법과 지식을 추구한다. 반면 캔디는 개성과 차별화된 질, 감성을 중시한다.

`드림 소사이어티`의 저자이자 미래학자인 롤프 옌센은 GNP 1만1000달러가 넘는 국가는 꿈과 감성을 중시하는 `드림 소사이어티`가 된다고 정의했다. GNP 1만1000달러라는 `감성 변곡점`을 넘어서면서 급격히 감성 사회로 변한다고. 우리나라도 1인당 GNP가 1만1000달러를 넘었다. 감성 변곡점을 넘어 감성화 사회가 도래한 것이다.

저자는 소득 증가와 주거수준 향상, 감성적 성향이 강한 여성 소비자층의 부각, 여유로운 생활에 대한 욕구 증대로 라이프 스타일이 감성으로 흐르는 것에 주목하고 시장을 지배할 최고 가치이자 기업이 선택해야 할 제 1 전략으로 `감성`을 꼽았다. 아울러 감성 전략으로 시장 곳곳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기업들의 사례를 소개했다.

KTF는 한솔엠닷컴과 합병하면서 내세웠던 `First in mobile`이라는 회사 중심의 경영 컨셉을 최근 오렌지색 물감 위에 `Have a good time`이라는 문구를 띄워 고객 중심으로 바꿨다.

태평양은 `롤리타 렘피카`라는 디자이너 이름을 향수에 적용한 감성 상품으로 어렵다는 프랑스 화장품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 영화 `웰컴투 동막골`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전쟁 이야기를 동화적인 감수성으로 풀어내 지난해 최고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다.

건설 업계에서 현대건설보다 후발주자였던 삼성건설은 여성 고객의 취향에 맞게 실내 디자인을 설계하고 인테리어를 고급화한 `래미안(來美安)`이라는 브랜드를 선보여 수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아파트 디자인을 패션 디자이너인 앙드레 김에게 의뢰했다. 이 아파트 분양가는 평당 2000만원이 넘었지만 36대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최근 은행들이 커피전문점과 동거하는 `스토어 인 브랜치(Store in branch)` 추세도 감성 전략의 일환이다.

감성 가치 창조자들은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 장기 불황의 탈출구도 `감성`이었다. 일본 최대 이동통신사 NTT도코모는 최근 감성 전략으로 선회하고 디자인이 예쁘고 얇으면서 다양한 기능을 탑재한 단말기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3세대 휴대전화 시장에서 NTT도코모를 이긴 KDDI의 `au`가 감성 전략을 내세워 성공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로 도약하고 있는 도요타와 최고 명품 세단으로 꼽히는 렉서스도 감성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감성 마케팅으로 성공한 기업을 꼽으라면 뭐니뭐니 해도 스타벅스다. 스타벅스의 성공 비결은 매스 마케팅 시대의 마케팅 전략 4요소로 일컬어지는 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place), 촉진(promotion) `4P`에 사람(people)을 추가한 것.

품질도 사람이 결정하고 매장 분위기도 사람이 좌우하며 사람간의 친밀감이야말로 최고 판촉요소이기에 스타벅스는 `사람`을 마케팅 요소 중 으뜸으로 꼽고 있다. 제품에만 감성 전략을 도입해서는 절반의 성공에 그칠 수 있다. 기업 경영 자체가 감성화 돼야 한다.

저자는 감성 트렌드를 주도하기 위한 기업의 실행방안과 감성 기업이 되기 위해 조직 구성, 감성 기업을 이끄는 리더의 모습도 제시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리더는 리더의 자격이 없다고.

부하로부터 "나는 이번에 부임한 상사에 의해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일이 이렇게 재미있다는 것을 처음 느낍니다. 요즘 최고의 충족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것이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라는 고백을 받아낼 수 있어야 감성 리더라고.

저자는 감성 트렌드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며 무게를 뒀다. 수십년간 형성돼온 인구학적, 문화적 변화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감성 바람이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 딱딱하고 무거운 경영서적과 달리 실생활에서 피부로 느껴지는 사례 중심으로 쉽고 재미있게 구성해 책장이 훌훌 넘어간다. 제목의 `트렌드`를 반영하듯 저자가 내세운 사례들도 갓 구워낸 빵처럼 따끈따끈하다.

<작가>김영한. `총각네 야채가게` `스타벅스 감성 마케팅`으로 유명한 저자는 삼성전자와 휴랫팩커드에서 10년간 영업과 마케팅 실무를 담당하면서 시장을 예측하는 기술, 소비자를 분석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이후 삼성, 현대, LG, KT 등의 기업에 컨설팅 및 교육을 했다. 현재 마케팅 MBA의 대표로 마케팅과 플래닝 교육, 경제경영서 저술 활동을 벌이고 있다.
<출판사>해냄
<정가>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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