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11.20원 급락한 987.3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97년 11월14일 종가 986.30원 이후 8년2개월만에 최저다. 외환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셈이다.
◇5일 시황
이날 환율은 장이 열리자 마자 1원 내렸고 다시 낙폭을 확대 994.20원까지 내렸다. 그러나 저가 매수세가 조금씩 유입되면서 추가 하락은 제한됐고 995원선에서 횡보했다.
횡보하던 환율은 장 마감을 앞두고 역외의 공격적인 매도에 하락 폭을 더욱 늘려 985.10원까지 내리기도 했다.
◇투기세력 공격적 매도..당국 약발 안 먹혀
글로벌 달러 약세 분위기에 편승해 투기세력들의 달러 매도 공세가 환율 급락의 주 배경이었다. 특히 역외에서 투기세력들이 공격적으로 달러 팔자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달러/엔이 소폭 반등했음에도 불구하고 헤지펀드로 추정되는 매도세에 환율이 급락했다"고 말했다
당국의 개입은 미미했다. `쏠림 현상`이라며 개입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기도 한 외환 당국은 2억달러 정도로 추정되는 매수세를 유입시키기는 했으나 투기세력들의 힘에 미치지 못했다. 헤지펀드로 추정되는 역외세력들이 장 마감 직전까지 달러 매도로 일관해 저가 매수 심리는 완전히 꺾이는 모습이었다.
오정석 KB선물 팀장은 "세계적으로 달러가 약세로 가고 있는데 당국의 개입이 효력을 발휘하기 힘들 것 같다"며 "대규모 개입은 쉽지 않을 것으로 속도 조절 차원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락 추세 시작됐나
역외 투기세력들의 공격적인 매도가 주 요인이었지만 환율 하락이 억지로 이뤄진 것은 아닌 분위기다. 참가자들도 일단 수긍하며 이후 향방에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이틀 전 8억달러 가량을 쏟아부었지만 역부족이었고 이날에는 2억달러가 조금 넘는 돈을 투입했지만 오히려 환율은 더 내렸다. 글로벌 달러 추이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장기적으로 보면 이제 추세의 시작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며 "내일 당국이 어느 정도 강도로 개입을 할 것인지가 중요하겠지만 지금 봐서는 당분간 1000원 복귀는 힘들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전 연구원도 "역외 투기 세력들이 계속 매도 공세로 나온다면 추가하락에 대비해야 할 것 같다"며 "정부가 막아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달러/엔을 움직을 큰 변수는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요 지표들
달러/엔 환율은 116엔대를 유지했고 오후 4시46분 현재 115.86엔을 기록하고 있다. 엔/원 환율은 100엔당 852.40원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환율 급락 영향으로 거래도 급증했다. 이날 현물환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40억195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7억5450 달러가 거래됐다. 기준환율은 994.40원으로 고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