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갑자기 똥배 나오면 의심해야 될 질병?

거대자궁근종이라면 적극 치료해야
  • 등록 2021-05-04 오전 10:54:09

    수정 2021-05-04 오전 10:54:09

[서울하이케어의원 김태희 원장]미혼인데 마른 체구에 유달리 배가 많이 나온 환자가 내원했다.

3년 동안 자궁근종을 치료하기 위해 한약을 꾸준히 먹었는데, 근종이 점점 커지고 있어서 한약만으로는 더 이상 어려울 것 같다며 찾아온 것이었다. 다른 병원에서 자궁 적출 수술도 권유받았지만 아직 미혼이라서 나중에 출산하지 않게 되더라도 적출은 고려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MRI 촬영을 해보니 자궁근종의 크기는 18.5cm 정도로 골반을 가득 채우고 있으면서 배꼽 위로도 올라와 있었다. 좌우로 봤을 때도 마치 18cm가량의 큰 방패로 배를 가리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누워 있을 때 보면 임신 8개월 정도는 된 것처럼 배가 나왔다.

처음에 ‘하이푸’ 시술을 하자고 했을 때 환자는 반신반의하는 모습이었다. 3년 동안 한약을 먹어도 근종이 커지기만 했기 때문에 비수술 치료가 정말 효과가 있는지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하이푸’는 수술하지 않고 자궁근종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장비이다. 나는 크기가 큰 거대 근종을 보면 적극적으로 치료하려고 한다. 작은 근종의 경우에는 어느 의사든 ‘하이푸’ 시술을 할 수 있지만, 크기가 이처럼 큰 거대 근종을 한 번에 ‘하이푸’로 치료할 수 있는 의사는 드물기 때문이다.

3개월 정도 지나면 그동안 입던 바지가 맞지 않을 정도로 배가 쏙 들어갈 거라고 호언장담을 하며 시술을 시행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하이푸’ 시술 후 한 달이 지났을 무렵에는 분비물이 나오면서 찌꺼기 같은 것이 많이 나온다고 했다. 그것은 괴사된 근종 조직이 자궁 내막을 통해서 밖으로 배출되는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시술하고 3달이 지나고 나서 내원했을 때 MRI 촬영을 했더니 근종의 크기가 상당히 줄어들어 있었다. 동시에 이전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정상 자궁근육층이 두텁게 올라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임신부 같았던 환자의 배는 납작해졌고 이전에 입던 바지는 더 이상 입을 수 없게 되었다. 그녀의 삶이 변화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거대 자궁근종 ‘하이푸’ 시술 전(왼쪽)과 후(오른쪽) MRI 사진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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