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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입구 한 켠 널찍한 공간엔 생산된 완제품이 파란색, 핑크색으로 차곡차곡 패킹돼 쌓여있다. 파란색은 3월에 생산된 제품이고, 일부 2월에 생산된 핑크색 제품도 자리한다. 한샘 공장에 재고가 머무는 시간은 평균 2~3주다.
벽면의 핑크색 페인트와 동그란 원형 창이 특이한 공장 안으로 들어섰다. 기계 소리에 금세 귀가 먹먹해진다. 대형 자동화기기를 통과한 샘 책장이 플랫패킹되며 적재되고 있다.
3공장이 샘책장, 주방제품의 바디, 붙박이장 등을 대량 생산하는 곳이라면, 4공장은 보다 세밀한 주방가구의 문짝, 붙박이장 문, 주문형제품 등을 만든다. 1만6500㎡ (5000평)의 3공장과 여기서 100m가량 떨어진 4공장엔 300여명이 일하고 있다. MDF에 고온의 열과 압력을 가해 무늬를 만들고, 기름위에 필름을 놓아 열기계를 통과하자 하얀색의 붙박이장 문이 나왔다. 물론 곁가지로 붙어있는 필름을 잘라내고, 실리콘칼로 다듬는 정교한 작업은 사람 손을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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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샘이 자체생산하는 공장은 라미네이트 전문공장(PB, MDF 등에 필름 등을 붙여 제품생산)을 지향한다. 하이글로시 제품의 경우 고객이 도장 등의 수작업을 선호하고 있지만, 라미네이트에 비해 유해물질이 많이 나오는 단점때문에 조만간 라미네이트로 전환할 계획이다. 신동원 기술개발팀 부장은 “하이글로시 도장 공정을 톨루엔 등이 나오지 않는 라미네이트로 변경할 방침”이라며 “환경적 측면에서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파티클 보드(PB)를 늘리고, 경량화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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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본부장(전무)은 제조본부장을 맡은 지 올해로 13년째다. 그는 “현재 공장가동률은 85% 수준”이라며 “국내뿐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선 원자재가 가장 많은 동남아 지역에 공장 증설을 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가구의 경우 결국 원자재 경쟁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데, 한국에 수입되는 가구원자재는 8%의 관세를 내고 있어 경쟁력이 뒤질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생활용품과 소파 등은 중국시장 경쟁력이 커 가구를 제외한 여타 제품들은 중국에 물류센터와 공장 등을 구축할 계획이다.
지금이야 시공에서 설치까지 한샘의 직원들이 모두 도맡고 있지만, 향후 매출이 10조원, 20조원으로 확대된다면 결국은 이케아처럼 ‘DIY(Do it Yourself)’ 제품 생산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이에 대비해 생산기술연구소는 볼트와 너트 하나까지도 꼼꼼히 신경쓰고 있다.
국내 가구업체로 처음 매출 1조3000억원을 돌파한 한샘. 바삐 돌아가는 공장에서, 너와 내가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하는 20여년 경력의 베테랑 제조본부장에게서 ‘비욘드 한샘’을 경험한 느낌이다.
한샘은 중국 등 아시아시장 공략을 위해 필요하다면 회사의 로고나 CI 등도 새롭게 개편할 계획이다. 조창걸 명예회장 이하 핵심 경영진들은 지난주에도 중국 출장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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