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순창에서 40년째 한육우를 키우고 있는 A씨는 3일, 자신이 키우던 육우 10마리를 농장 인근에 묻었다. 급격한 경영악화로 사료를 먹일 여건조차 안되면서 굶어 죽은 소들이다.
여건이 변화하지 않으면 남아 있는 소는 40마리도 굶어 죽을 처지다. A씨는 "보험을 해지하고 논을 팔아 2년 전 빌린 사료값을 갚고 난 뒤 사실상 빈털러리가 됐다"며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농사지을 땅마저 빚을 갚기 위해 처분한 A씨는 "이제 공공근로일자리를 알아봐야겠다"고 말할 정도로 벼랑끝에 서있다.
순창에서 한우 100마리 가량을 키우고 있는 또 다른 농가 B씨는 "한우 역시 사료값 건지기도 힘들 정도"라며 "요즘 TV에서 수입쇠고기 광고가 나오는 것을 보면 맥이 풀린다"고 말했다.
추락하는 소값에 날개가 없는 격으로 2010년 가격으로 회복하기까지 앞으로 2년은 소요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소값 하락으로 한육우 사육농가에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지만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2009년 말 국내 한육우 사육규모가 263만 마리에 이르면서 적정선을 넘어서자 이듬해부터 가격파동을 우려하는 경고음이 울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당시 가격 전망을 통해 산지 수소(600kg)가 2010년 410만 원, 그리고 2011년에는 390만 원으로 떨어질 것으로 경고했다.
실제 가격 하락폭이 전망치와 정확히 맞아 떨어지지 않았지만 수급불균형에 따른 가격 파동이 현실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사전 대책이 아쉬운 대목이다.
한우농가들은 1++등급이나 1+등급을 받지 않으면 키워봐야 적자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정부가 도태장려금 지급 정책이라도 펴서 수급조절에 나섰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가격하락과 수입쇠고기 유통 등으로 사면초가에 놓인 한육우 사육농가들의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