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유출 사고가 있었던 다른 나라의 경우를 보니 제일 먼저 자살률과 이혼률이 급격하게 늘어났다고 하더라. 이미 2명의 노인분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올지 모른다. 빨리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나 삼성중공업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태안 유류피해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집회가 시작되기 10분쯤인 오후 12시 50분경 만난 태안 주민 문규선씨가 전해준 말이다.
그로부터 1시간 후, 문 씨의 우려는 안타깝게도 현실이 됐다.
▲ 태안 횟집 주인 음독 후 분신 자살 기도, 중태 = 태안읍내 수산물시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지 모(56)씨가 집회 도중인 오후 1시 45분쯤 몸에 기름을 뿌리고 단상에 올라 분신을 기도한 것.
지 씨는 현재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불이 붙으면서 온 몸에 입은 2도 화상도 문제지만 분신 기도 전에 들이마신 제초제가 더 큰 문제다.
사투를 벌이고 있는 지 씨의 가게는 태안읍내의 수산물 시장인 수석시장 내에 있다. 기름 유출 사고 뒤 40일 동안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였던 가게를 바라보며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왔다는 게 지인들의 말이다.
태안 주민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태안 군민 6만 3000여명 중 이 날 집회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1만여명.
“태풍이 와서 집이 부서지고 난리가 나는 것은 금방 고치고 새출발하면 되지만 이번 기름 유출 사고는 복구까지 20년이 걸릴지 30년이 걸릴지 모를 일이다.”
주민들이 가장 많이 내뱉는 하소연이다.
지금 당장의 생계도 문제지만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는 게 주민들을 더욱 깊은 절망으로 끌어내리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40일 동안 주민들의 소득은 ‘제로’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 재난 기금 300억원은 피해를 입은 6개 시.군이 분배 기준을 두고 신경전을 펼치는 바람에 주민들에게 전달되지 못했고 유급 방제작업 인건비 역시 아직 지급되지 않았다.
보상을 위해 피해 규모를 접수받고 있지만 절차도 복잡한데다 한 평생 바닷일을 해 온 어민들이 그 규모를 일일이 증명하기엔 역부족이다.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는 주민들에게 들려 온 소식은 사고 발생 제공자인 삼성 중공업측에서 ‘김&장 법률사무소’와 ‘광장’ 등 대형 로펌사를 법률대리인으로 내세웠다는 것.
그 나마 보상 규모 책정을 위한 실사는 앞으로도 2년 이상의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어서 그 동안의 생계가 막막한 실정이라는 것이 주민들의 푸념섞인 하소연이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삼성이야 비자금 만들어서 뒤로 숨길 줄이나 알았지 우리 같은 사람들 힘들고 어려운 것 알기나 하겠냐”라며 “태안 주민들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