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광주의 `삼성 열풍`..합리적 선택!

  • 등록 2004-11-05 오후 5:06:24

    수정 2004-11-05 오후 5:06:24

[edaily 안승찬기자] 삼성전자가 광주에서 생활가전의 르네상스를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광주 시민들도 ‘삼성’의 결정에 뜨거운 호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광주 가전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고 하더군요. 산업부 안승찬 기자가 광주에서 일고있는 ‘삼성 열풍’을 전합니다. 어렸을 적 일입니다. 여름방학에 짬을내 경남 함안의 고모집에 내려간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인상깊었던 건 고모집의 TV며 냉장고, 전화기 등 가전제품이 모두 ‘삼성’ 제품이라는 점이었죠. 어린 마음에 유독 삼성제품만 쓰는 이유가 있느냐고 물어봤었습니다. 그때 고모는 이렇게 한마디로 답하시더군요. “경상도 아이가...” 대구에서 사업기반을 닦은 삼성전자가 과거 정권의 교묘한 지역차별적 정책과 어우러지면서 자연스럽게 ‘경상도는 삼성’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어 있던 거죠. 물론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려온 전라도에서는 삼성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거기다 ‘해태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라는 두 명문 프로야구팀의 라이벌 의식은 전라도와 삼성의 거리감을 더 넓히는 데 일조했죠. 그러나 지금 시대가 변해도 한참 변했습니다. 전라도 주민들의 열정적인 지원을 힘입어 경상도 출신 대통령까지 탄생했습니다. 최근 전라도에는 또 하나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광주 금남로에서는 ‘삼성의 날’ 행사가 열린 거죠. 인기가수들과 수천명의 광주시민들이 어우러지는 자리였습니다. 지방정부가 특정 기업을 위한 날을 정한 것은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광주시가 ‘삼성의 날’까지 만들어가며 삼성을 환영하고 나선 것은 삼성전자가 광주를 생활가전 산업의 메카로 적극 키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세탁기와 에어컨 등 생활가전 제품의 생산공장을 수원에서 광주로 모두 이전, 광주를 삼성 생활가전생산의 메카로 키울 예정입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총괄 이문용 부사장이 “광주에서 삼성 생활가전의 르네상스를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할 정도로 삼성은 광주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광주삼성전자의 매출액은 내년 광주시 전체 매출의 18%에 달할 전망입니다. 광주삼성전자의 내년 고용인원은 1만1600명으로 광주시 전체의 20%를 책임지게 됩니다. 협력업체 유치까지 고려하면 약 4000명의 추가고용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삼성이 국내 생활가전 생산을 광주로 일원화하면서 협력업체들도 줄줄이 광주로 따라오고 있습니다. 삼성 생활가전의 주요 협렵업체인 대동이 150억원을 투자해 경기지역에서 광주로 이전한 것을 비롯해 벌써 총 26개 협력사가 광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이들이 광주에 투자할 금액은 총 800억원에 이릅니다. 현재 광주에는 기아차 생산공장과 대우일렉트로닉스 공장도 들어와있지만 법인세 기준으로 광주삼성전자가 가장 많은 지방세를 납부하고 있습니다. 광주 입장에서는 삼성이라는 존재가 반가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광주삼성전자 관계자 한 분은 이런 얘기를 들려주시더군요. “올해들어 삼성전자가 광주지역에서 경쟁사들을 크게 제치며 확실한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섰습니다. 집집마다 삼성제품이 없는 곳이 거의 없어요. 그간 광주 주민들이 삼성에 대한 거리감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 삼성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만큼 적극적인 환영의 표시가 어디 있겠습니까.” 광주삼성전자측은 광주시민들의 적극적인 환대에 부응하기 위해 광주 시민들을 위한 특별 배송트럭도 따로 마련했다고 하더군요. 인근에 있는 주민들에게 조금이라도 제품을 더 빨리 배달해주기 위한 서비스라고 합니다. 광주시 역시 삼성의 공장 이전을 지원하기 위해 특별전담반을 구성, 각종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수원에 있던 세탁기와 에어컨 생산라인이 광주공장으로 이전하는데 고작 6개월밖에 안걸렸죠. 보통 공장이전 기간이 1년에서 2년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아마 세계 최단기 공장이전일 겁니다. 광주에 다녀오니 문득 학창시절 읽었던 한 정치학 페이퍼가 떠오르더군요. 미국에서 게임이론을 전공한 조기숙 박사가 썼던 논문인데 “유권자들이 지역주의 투표성향을 보이는 것은 낮은 의식수준 때문이 아니며 그들의 입장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라는 주장을 폈죠. 지역주의 투표성향은 특정 지역을 기반한 정권이 자기 지역 챙기기를 계속하고 자기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쓰는 관행이 지속되면서 나타난 이해득실의 결과물이란 설명입니다. 광주에서 불고있는 "삼성 열풍"을 보면서 기업과 광주 시민들의 또다른 합리적 선택을 보는 것 같아 흐뭇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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