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이슈)새로운 공격 목표물 "바이백"

  • 등록 2002-09-16 오후 3:34:49

    수정 2002-09-16 오후 3:34:49

[edaily 김홍기기자] 최근 미국 언론에서 1980년대와 1990년대를 풍미했던 바이백(buyback)이 결국은 회사 경영진의 지갑만을 부풀렸다고 주장이 자주 나오고 있다. 미국 언론은 또 바이백이 경영진의 지갑을 부풀린 것과 반대로 회사에는 현금 고갈이라는 짐을 남겼다고 지적하고 있다.

바이백은 배당금 지급과 함께 재무 전공 학자들 사이에서 수십년간 논란이 되어온 주제다. 기업에 있어 최적의 현금 보유비율은 얼마인가라는 원초적인 문제를 풀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믿어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최적의 현금 보유비율에 대한 해답은 발견되지 않았다.

어쨌거나 역사적으로 볼 때 바이백은 1971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배당금 지급에 대해 제한을 가하고, 1982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공개시장에서의 바이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급기야 1998년부터는 배당금 지급을 앞서기 시작했다.

바이백의 목적은 첫째로 시장에 회사의 현금흐름이 좋다는 시그날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 회사는 괜찮은 데도 불구하고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 따라서 회사의 정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우리들이 주식을 바이백한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는 것이다. 물론 바이백을 통해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EPS(주당 순이익)가 증가, 주가가 상승하게 된다. 그리고 이론상으로 주주들은 회사에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각함으로써 배당금을 받을 때와 마찬가지로 현금을 돌려받는 효과를 보게 된다.

둘째로는 세율이 높은 투자자들에게 바이백은 절세 효과가 있다는 이점이 있다. 배당금을 지급할 경우에는 배당금에 대해 최고 39%의 세금이 매겨지지만 바이백의 경우는 자본이득분에 대해 20%만 세금을 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자본이득을 현실화하는 시기도 투자자들이 결정할 수 있다.

여기까지가 가장 잘 알려진 바이백의 이점이다. 그러나 이것 외에도 바이백의 목적은 또 있다. 우선 경영진의 허튼 투자를 막는다는 효과가 있다. 현금이 있게 되면 경영진은 주주의 이익을 위해 투자 결정을 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투자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 이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배당금 지급이나 바이백이 이용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전력회사나 제지 회사 등의 배당금 지급비율이 거의 100%에 가까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고수익 투자기회를 발굴할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기업은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바이백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이론이 크게 관심을 가지고 보지 않은 부분이 있다. 배당금을 지급하게 되면 주가가 떨어지게 되지만 바이백을 하게 되면 주가가 상승하게 되는 점이다. 이는 스톡옵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는 대부분 주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배당금 지급보다 바이백이 훨씬 매력적이다. 경영진들이 바이백을 통해서 주가를 부양한 뒤 옵션을 행사하는 것이다. 결국 주주들의 희생위에 경영진만 배를 불리는 것이다.

그리고 바이백이 유행처럼 번졌다는 것도 문제다. 2000년에만 미국 기업들은 5800여 건의 바이백을 실시, 2160억 달러의 현금을 사용했다. 바이백에 들어간 자금으로는 회사 보유 현금보다는 차입을 통한 경우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의 바이백은 스톡옵션 행사보다는 주가 지지 목적이었을 개연성이 높다. 1987년의 블랙 먼데이 직후 600개 기업이 주가 지지를 위해 440억 달러의 바이백을 발표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바이백의 목적이 선했건 악했건 상관없이 기본적인 원칙이 지키지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다. 잉여 현금을 처리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주가 부양만을 위해서 이용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는 것이다.

또 지금처럼 경제가 안좋은 상황에서 "바이백에 쓴 돈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하는 가정이 나올 수 있다. 예를 들면 휴렛패커드의 경우, 만약 1998년 11월부터 2000년 7월까지 바이백에 들어간 64억 달러를 현찰로 가지고 있다면 지금과 같은 IT 위기를 극복하기가 보다 쉬울 것이다. 물론 주가는 휴렛패커드가 지급했던 바이백 가격인 53.60달러보다 대폭 떨어진 14달러 수준이다.

보다 극단적인 가정도 가능하다. 최근 파산보호 신청을 낸 US에어웨이스가 1998년과 1999년에 바이백에 퍼부었던 19억 달러를 지금까지 가지고 있다면, 미 정부를 상대로 1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요구할 필요도 없었을 지도 모른다. 아니면 파산보호 신청을 내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물론 바이백이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잉여 현금을 처리할 경우,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보다 유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가 가랑이가 찢어지는 것처럼 바이백을 할만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도 않으면서 바이백을 해왔다는 점이다. 그리고 바이백이라는 것을 너무 자주 이용함으로써 지금은 바이백이 회사의 향후 전망이 좋다는 메시지를 주기 보다는 ‘회사 사정이 나쁜 것을 감추기 위해 주가의 추가하락을 막으려고 바이백을 행사하는 구나’하는 의심을 품게한다는 점이 문제다.

지금은 미국 기업에서 관행처럼 이뤄졌던 모든 것이 공격을 받고 있는 때다. 회계부터 시작해서 스톡 옵션, 바이백까지 공격을 받았다. 앞으로는 어느 부분이 지적을 받을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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