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화석연료 퇴출을 두고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진통이 거듭되는 가운데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산유국들이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시간) 새롭게 공개된 합의문 문안에선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이 요구하는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과는 여전히 거리를 뒀지만 ‘2050년까지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 인도의 소녀 환경운동가 리시프리야 칸구잠이 1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 회의장에 난입해 화석연료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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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COP28 의장단은 이날 새벽 새로운 합의문 문안을 공개했다. 새 문안엔 “과학적 근거에 따라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기 위해 정의롭고 질서정연하며 공평한 방식으로 2020년대부터 화석연료로부터의 에너지 전환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과학적 근거에 따라 오는 2050년 이전 또는 그 무렵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기 위해 화석연료의 소비 및 생산을 정의롭고 질서 있고 공평한 방식으로 줄인다”는 직전 문안보다는 조금 더 전향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환경단체 ‘참여 과학자 모임’의 레이첼 클리터스는 “이번 문안보다는 확실히 개선됐다”고 말했다. 다만 기후변화 최대 피해국인 도서국과 미국, EU 등이 요구하는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이번 문안에서도 언급되지 않았다.
지난 11일 COP28 합의문 초안이 공개되자 COP28은 극심한 분열을 겪었다. 의장국인 UAE를 비롯한 산유국과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개발도상국 반대로 화석연료 퇴출에 대한 내용이 빠졌기 때문이다.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 측은 이에 “사망선고나 다름 없다”고 들고 일어났다. 미국과 영국 등도 이 같은 내용엔 합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 때문에 애초 12일 폐막할 예정이던 COP28은 날을 넘겨서까지 회의를 이어갔다.
COP28은 13일 아침 다시 회의를 열고 새 합의문 문안을 채택할지 논의할 계획이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만장일치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한 나라라도 반대하면 합의문 문안을 채택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