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이 왕인 시대'...올바른 자산운용 전략은? [글로벌 view]

맨프리 길(Manpreet Gill) SC그룹 아프리카·중동·유럽 최고투자전략가(CIO)
  • 등록 2022-12-13 오후 1:53:02

    수정 2022-12-13 오후 9:10:17

[맨프리 길 SC그룹 아프리카·중동·유럽 최고투자전략가(CIO)] 현금의 의미에 대해서는 다양한 접근 방식이 존재한다. 다만, 여기에는 몇 가지 공통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원금의 명목 가치에 대한 안정성 확보, 유동성에 대한 손쉬운 접근, 그리고 이로 인해 다른 위험 자산보다 낮은 기대수익 등이 그것이다.

5만원권 지폐 (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현금을 올바르게 활용하는 전략은 무엇일까. 올 들어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불안정한 글로벌 경제 상황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변동성이 높아진 투자환경에서는 평상시보다 현금 비중을 늘리는 것을 고려할 수 있겠다.

현금 비중을 늘리는 건 더 이상 제로 금리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금의 금리 수준은 다른 자산군이 ‘뛰어넘어야 할’ 기준선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현금으로 얻을 수 있는 금리가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다면, 투자자들이 추가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다른 자산군의 기대수익은 더 높아야 한다.

Manpreet Gill SC그룹 아프리카·중동·유럽(AMEE) 최고투자전략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현금의 금리가 대체로 제로(0) 수준에 머문 탓에 순수 투자 목적으로는 현금 비중을 늘릴 이유가 거의 없었다. 이와 관련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There Is No Alternative, TINA)는 주장도 힘을 얻었다. 그러나 현재 미국 국채 3개월물 금리는 3.5%를 넘어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돌아갔고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정점에 달할 때까지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이는 다른 자산군이 넘어야 할 기준선이 높아지고 현금의 매력도가 다른 주요 자산보다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금비중을 늘려야할 두번째 이유는 안전자산으로서의 매력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시장 환경에서는 주식 및 채권의 하락세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우려, 특히 S&P 500지수가 다시 한 번 급락할지 모른다는 경계감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현금이 안전자산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안전자산으로서의 매력은 현금의 금리 수준과 무관하게 유효하다.

그러나 현금 보유에 따른 여러 이점에도 불구하고 현금 비중만 크게 늘리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우선 장기적으로 보면 위험자산이 현금보다 높은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올해 상황은 예외적으로 매우 드문 경우에 해당하며 장기적으로는 위험도가 높은 자산군이 실제 현금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내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처럼 시장이 조정을 겪고 현금의 금리가 높은 기간에는 위험자산의 성과가 더 부진할 수 있지만 이런 시기는 일시적이고 대부분 단기에 그치는 모습을 보인다.

또 현금으로는 실질 구매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현금의 금리가 표면적으로 높아 보이더라도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적인 가치 측면에서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위험자산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상회하는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은 반면 현금은 장기간 보유하면 그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

주식 및 채권의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현금의 명목금리도 플러스(+) 수준으로 높아진 현재 시점에서는 일반적 경우보다 현금 비중을 늘릴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현금 장기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에도 유의해야 한다. 실제로 글로벌 투자등급 회사채의 금리는 5%대로 현금의 3.5%보다 높다. 당장 현금을 선호하더라도 향후 시장 안정기에는 위험자산 투자 재원으로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새겨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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