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배달비 부담 덜어보자…거주민 '배달 공구' 新풍속

공동주택 거주자 편의 위한 대화방 통해
생활정보 나누고 '배달음식 공동구매'도
1인 가구 늘고 코로나19 여파에 배달 수요↑
배달비 부담 덜고 세트메뉴 나눠 지출 절약
  • 등록 2021-05-26 오전 11:00:01

    수정 2021-05-27 오전 7:05:08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치킨 열차 있어요. 얼른 타세요. 두 마리 세트 시키면 싸니까 함께 시켜서 한 마리씩 나눌 사람 구합니다. 배달 오면 입구에서 만나 나눠 가져가요.”

26일 업계 안팎에 따르면 배달음식을 ‘공동 구매’(공구)하는 현상이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1인 가구와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가정에서 배달음식 소비가 늘면서 아예 같은 공동주택 거주자들끼리 함께 음식을 배달시켜 나눠 가지는 것이다.

배달도 공동구매” ..배달 전성시대에 생겨난 新풍속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서울 구로구 한 SH행복주택(청년 임대주택) 일부 거주자들은 단체 익명 대화방인 ‘카카오톡 오픈채팅’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준공해 입주를 하면서 공동주택 생활 규칙 정리를 위한 의견 교환 등을 목적으로 채팅방을 열게 됐다. 1인 또는 2인 가구 청년들을 위한 주택인 만큼 비슷한 연령대의 관심사가 비슷한 입주자들이 대부분이라 자연스럽게 삼삼오오 모였다.

이들은 이 단체 대화방에서 주택 관련 의견을 비롯해 각종 실생활 정보를 공유하는데, 최근에는 배달음식까지 공동구매할 정도로 진화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어느 날 특정 시간에 ‘××치킨 시키려는데 한꺼번에 같이 주문하겠다’고 말을 꺼내면, 마침 먹고 싶은 사람이 이를 보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어떤 좋은 기회에 함께 편승한다는 의미로 쓰는 말인 ‘열차에 타다’를 응용해 ‘치킨 열차’, ‘족발 열차’, ‘피자 열차’ 등과 같은 표현으로 재미도 더한다.

지역 기반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도 배달 맛집 정보를 공유하거나 함께 배달시키자는 글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

배달음식을 공동 구매하는 이유는 물론 지출 절약을 위해서다. 뜻 맞는 인근 사람들끼리 함께 주문하면, 배달비 중복을 피할 수 있어 이득이다. 최근 배달음식 수요 급증으로 부쩍 비싸진 배달비용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서울시내 한 공동주택 거주자들이 단체 익명 대화방을 통해 실생활 정보를 교류하면서 배달음식도 공동구매하는 모습.(사진=독자 제보)
수년 전만 해도 배달음식에 따른 배달비는 음식값에 포함돼 있거나 무료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배달 중계 플랫폼이 등장하고 코로나19 여파로 배달음식 수요가 늘면서 배달비가 기본 2000~3000원에서 많게는 1만원 안팎까지 크게 올랐다.

또 금액 할인 폭이 큰 다인용 세트 메뉴를 구매해 여럿이서 나누면 더욱 저렴하게 먹을 수도 있다. 일부 음식점에서는 배달 가능 최소 주문 금액을 두고 음식량을 2인분 이상으로 한정해 혼자서는 먹기 부담스러워 이내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때 함께 주문해 나누면 돼 배달음식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장점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가 밀집한 대학가와 행복주택, 원룸·오피스텔 단지에서는 특히 배달음식 수요가 폭증해 비용 절감을 위해 공동 배달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마치 대학교 기숙사에서 여러 호실 학생들이 함께 음식 배달을 시켜 나눠 먹는 것과 비슷한 현상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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