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준율 조정, 과잉 유동성 수습할까

유동성 감속 정조준.,통화량 100조원 억제 효과
금융불안 예방위한 조기경보장치 기능 역할
효과? 은행 하기에 달려
  • 등록 2006-11-23 오후 3:36:50

    수정 2006-11-23 오후 3:36:50

[이데일리 강종구기자] 한국은행이 9년만에 지급준비율에 손을 댔다. 최근 `부동산광풍`을 불러온 원인이 단기유동성 과잉이라고 보고 은행의 대출여력에 직접 제한을 가한 것이다.

부동산 문제만을 고려한 대책이 아니라는게 한은의 설명. 그러나 부동산 가격 급등이 은행 대출의 급증을 불러왔고, 그로 인해 가계부채 및 금융불안 가능성마저 제기돼 왔던 점을 감안할 경우 부동산투기 열풍이 지준율 카드를 꺼내게 한 직접적인 계기인 것만은 틀림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왜 올렸나

부동산투기 열풍이 단초라고 볼 수 있다. 이달 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를 동결한 뒤 이성태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문제에 대해) 한국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단기예금에 대한 지준율 인상 조치는 그 고민의 결과물인 셈이다.

한국은행은 지준율 조정 배경에 대해 "지난해 10월 이후 5차례의 콜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최근 통화증가율이 가파르게 상승했고, 이를 민간신용 급증이 주도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1~10월중 민간신용(총통화,M2기준)은 154조원이 늘어 전년동기 71조원 대비 116.6%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 M2증가율은 카드위기 직후인 2003년 4월 이후 최고수준인 10.1%(추정치)를 기록했다.

이같은 통화팽창을 불러온 것이 바로 은행들의 몸집키우기 경쟁과 주택가격 급등으로 인한 부동산투기 열풍이라는 것이 한은의 해석이다. 박종석 한은 정책총괄팀 차장은 "금융기관간 외형경쟁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가세하면서 대출수요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공격적인 대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워낙 보유유동성이 풍부했기 때문. 박 차장은 "대외 금융거래를 통한 해외자금 유입으로 은행들의 대출여력이 크게 확대됐다"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금융기관이 올들어 10월까지 순유입한 해외자금은 무려 414억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 164억억달러에서 2.5배 가량 급증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단기 외채를 크게 늘려 여신공급 확대에 나서자 다급해진 한은이 결국 지준율 인상이란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 왜 콜금리 인상이 아닌 지급준비율인가

지준율 인상 카드는 한은이 경기 등 실물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타깃을 금융부문에만 맞추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5차례의 콜금리 인상이 대출억제에 거의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보다 정밀한 대책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었다.

한국은행 한 금통위원은 "은행 수신이 다시 단기화되고 있는데다, 은행들의 대출 쏠림 현상이 매우 심하다"며 "거의 대부분의 대출이 변동금리부로 되고 있는 상황이라 향후 어떤 외부 쇼크가 왔을 경우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히 클 수 있어 조기 경보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콜금리 인상으로는 통화증발 효과를 억제하는데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것도 선택의 폭을 제한시켰다. 또 대출이 너무 빨리 늘어나는데 대한 대응이지, 은행이나 시장의 금리 수준 자체를 올려 놓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닌 걸로 보인다.

이성태 총재는 이날 간담회에서 "지준율 조정은 성격상 자주 사용될 수단이 아니다"면서도 "금리위주의 통화정책은 그대로이지만, 금리와 통화량이 일대일로 매칭되지 않는다면 다른 수단을 통해 보완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조치는 원래 금융의 흐름에 영향을 주는 조치"라며 "은행 금리나 채권금리에 상승 영향을 줄 수는 있겠지만 그 정도는 콜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것에 비해 매우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 어떤 영향 생기나

당장 은행이 지급준비금을 약 5조원 가량 더 쌓아야 하기 때문에, 풍부했던 대출여력의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단기수신에 대한 지준부담 증가로 은행 수지가 악화됨에 따라 은행들이 자금조달을 단기에서 장기로 바꿀 가능성도 있다.

한은은 이를 노리고 단기예금에 대한 지준율을 인상하는 대신 장기저축성예금의 지준율을 종전 0%로 인하했고 정기예적금이나 부금등을 지준율을 현행 2.0%에서 유지했다.

길게 보면 5조원 정도의 지급준비금 추가 흡수는 향후 통화량(M2) 증가액 100조원 가량을 덜어내는 효과가 있다. 5조원을 씨앗으로 은행권이 창출할 수 있는 대출이 약 25~27배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들의 대출경쟁이 얼마나 줄어들지, 은행 대출금리가 오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현재 은행의 대출경쟁이 당장의 수익성 제고를 노렸다기 보다는 선도은행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포석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또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약해지지 않는 한 민간의 자금수요가 줄어든다는 보장도 없다.

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한국은행은 보고 있다. 이성태 총재는 "은행의 여수신금리나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지준율 인상이) 콜금리 조정으로 미치는 영향보다는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준율 인상으로 가장 큰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은 실수요자 외의 가계대출 억제. 그러나 은행 여신이 전반적으로 줄어들 경우 중소기업 대출도 타격을 받을 것이 우려된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결국 은행들이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은행들이 전체 여신을 줄이는 쪽으로 갈 경우 중소기업 대출도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가계대출을 줄이는 대신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는 쪽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예금자에게는 단기보다는 장기예금으로 이동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단기예금 메리트가 줄어들어 은행들이 단기수신 금리를 내리고 장기수신 금리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지준율 인상에도 불구하고 은행이 단기수신 금리를 내리지 않는다면, 수지가 감소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대출금리 인상을 도모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성태 총재도 "예금금리를 그대로 두면 은행은 대출금리를 올려서 보상을 받으려고 할 것"이라며 "결국 은행이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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