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 세대교체 가속

40~50대초반 중용..10조원대 수익기반만든 구조본 "보상"
효율적 의사결정위해 조직과 보직변화 인사
  • 등록 2004-01-13 오후 2:35:37

    수정 2004-01-13 오후 2:35:37

[edaily 김수헌기자] 삼성그룹이 13일 발표한 사장단 인사는 국제감각과 경영관리 능력을 갖춘 `젊은 인재` 중용, 의사결정 스피드 단축을 위한 조직과 보직체제 개편이라는 두가지 특징으로 요약된다. 이에 따라 40~50대 초반 부사장들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세대교체를 가속화했다. 특히 승진자 7명 가운데 6명의 경우 그룹 구조조정본부와 삼성전자(005930)가 각각 3명씩 차지, 그룹 10조원대 이익기반 달성과 세계일류 IT기업화에 대한 공을 확실하게 보상받았다. 스피디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구조를 만들어 글로벌 경쟁에 대처하기 위해 부회장도 사업부문을 직접 관리하게 하는 등 보직업무에도 변화도 눈에 띈다. ◇CEO 교체, 예년 비해 "소폭"..현 경영진용 유지 이번 사장단 인사는 부회장 승진 2명, 사장 승진 5명, 전보 4명, 보직업무변경 4명으로 전반적으로는 중폭 정도로 분석된다. CEO가 교체되는 곳은 4곳 정도로, 예년에 비하면 규모가 적은 편이다. 지난해 CEO가 교체된 곳은 13개사로, 특히 화학 계열사의 경우 삼성종합화학을 제외한 3개사가 모두 바뀌는 등 된서리를 맞았었다. 지난 2001년에도 14개사 CEO가 바뀌었고, 폭이 적었다는 2002년에도 5명이 교체됐음을 감안할 때 이번에는 그룹 전체적으로 현 CEO체제를 거의 그대로 가져가는 편이다. 금융 계열사의 경우 한때 향후 삼성이 금융사업구도 재편을 염두에 두고 몇개 계열사 CEO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기도 했으나, 제진훈 캐피탈 사장이 모직으로 이동하고 그 자리에 구조본 박근희 부사장이 옮겨오는 것 외에 변동이 없다.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은 지난 연말 기자간담회에서 "그룹 실적이 좋고 계열사 (경영진들이) 미래준비도 잘해 놓았다"고 말해 이번 인사폭이 크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었다. 한편, 삼성그룹은 한용외 삼성전자(005930) 생활가전 총괄사장 등 50대 후반 사장들은 문화재단과 인력개발원 등으로 이동, 제조나 금융 등 현업일선에서는 물러나게 함으로써 젊은 경영진용을 구축을 강화했다.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내정된 부사장 5명은 50대 초반이 대부분으로 55세를 넘지 않는다. 특히 구조조정본부 김인주 재무팀장의 경우 불과 46세로 이번 삼성인사에서 가장 젊은 사장이 됐다. 삼성그룹은 "21세기 디지털 시대를 주도해 나갈 수 있는 국제적 감각과 풍부한 경영관리의 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 그리고 젊고 패기가 넘기는 40대, 50대 초반 인물들을 사장단으로 중용했다"고 설명했다. ◇구조본 "대약진"..힘실려 해마다 설로만 나돌고 빗나가기만 했던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의 부회장 승진은 이번에는 현실화됐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회장 승진없이 그 자리에 유임됐다. 회장 직위는 삼성그룹의 경우 그간 현업을 떠나기 직전에 부여해 온 관행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윤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조본의 경우 이학수 본부장의 부회장 승진 외에 김인주 재무팀장의 사장 승진으로, 그룹 전반의 경영지원과 지도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매년 10조원대 수익을 낼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데 핵심역할을 해온 공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회장도 사업부 직접 관리..스디피한 경영으로 승부 이번 인사의 또하나 특징은 조직개편을 통해 보직을 조정함으로써 스피디한 의사결정구조를 갖췄다는 점이다. 우선 윤종용 삼성전자 총괄 부회장이 생활가전 부문도 직접맡게 됐다. 생활가전은 그동안 중국의 급부상에 따른 치열한 글로벌 경쟁과 내수부진 등으로 부진한 실적을 보여왔다. 이번에 윤 부회장이 이를 직접 관리케 한 것은 생활가전을 이대로 방치하지 않고, 수익구조를 한차원 더 높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은 "전자기술의 융복합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 윤 부회장이 이를 겸직하게 함으로써 풍부한 경험과 경영능력을 발휘토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총괄 산하에 있던 LCD사업은 덩치가 커지고 삼성전자의 새로운 캐시카우 자리를 굳히에 따라 별도 사업부로 독립시켰다. 이에따라 그동안 LCD사업을 책임지고 있던 이상완 사장이 LCD 총괄사장에 임명돼 독립적이고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의 주력인 메모리(D램 플래시 S램 등)사업을 담당하던 황창규 메모리부문 사장은 이윤우 사장의 뒤를 이어 반도체총괄을 맡게 됐다. 이윤우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으로 반도체 사업을 지원하는 한편, 삼성전자 사장 경험을 살려 삼성종합기술원장을 맡아 미래기술개발에 주력한다. 또 비메모리 담당인 임형규 사장을 전사 CTO(최고기술경영자)로 내정, 인재와 기술개발 지원시스템을 강화했다. 원대연 안복현 사장 등 2명의 복수사장 체제로 운영되던 제일모직은 단일 사장체제를 갖추기 위해 제진훈 삼성캐피탈 사장을 보낸다. 안복현 제일모직 사장(직물 케미칼부문)은 대신 삼성BP화학 사장으로 전보된다. 삼성그룹은 "투자와 성장전략, 주요 의사결정의 스피드 단축을 위해 경영조직을 효율적으로개편했고, 이에 맞춰 보직변화 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그룹은 이번주말 또는 내주초에 부사장급 이하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건희 회장 장남이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는 이번에 승진없이 현 직위에 머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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