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edaily 공동락특파원] "걸어다니는 만리장성"이라는 별명의 가진 중국인 농구스타 야오밍(휴스턴로키츠 소속).
야오밍은 지난해 여름 미국의 프로농구팀인 휴스턴로키츠에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을 받은 중국 농구의 간판 스타. 그 여세를 몰아 2002~2003년 시즌에서 신인으로는 좀처럼 힘들다는 올스타에도 꼽혔다.
더구나 서부콘퍼런스 센터 부문의 단골손님이던 샤킬 오닐(LA 레이커스)을 무려 25만여표차로 가볍게 누르고 당당히 올스타로 선정되면서 이제 야오밍 열풍은 단순한 바람을 넘어선 광풍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야오밍의 올스타 선정으로 중국에서는 이미 무려 4개의 방송사(CCTV 베이징TV 광동TV 상하이TV)들이 역사적인 동양인 첫 NBA 올스타전 출전 중계를 위해 경기에 열리는 애틀란타로 집결했고 약 3억에 이르는 중국의 TV보유 가구들이 이 경기를 지켜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야오밍 열풍"을 단순히 한 명의 스포츠 스타의 탄생으로만 간주한다면 큰 오산일 것 같다. 야오밍의 배후에는 이미 12억 인구라는 든든한 배경과 이를 겨녕한 기업들의 치열한 물밑 경쟁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 야오밍이 휴스턴에 신인지명을 받는 직후 중국의 얀징맥주는 휴스턴로키츠구단과 5년간 600만달러에 이르는 광고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기업으로는 처음있는 NBA 광고시장 진출이었다.
얀징맥주의 NBA 광고는 미국 시장을 겨냥한 것 이외에도 또 다른 포석이 담겨져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야오밍이 소속된 휴스턴의 경기 중에 약 30경기가 방송을 통해 중국의 텔레비전에 방영되기 때문이다. 미국 고객과 동시에 중국내 고객을 타겟으로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얀징맥주와 미국에서 얀징맥주를 대행 판매하고 있는 하브루의 경영진들은 현재까지 "야오밍 특수"의 효과를 톡톡히 입었다고 자평하며 향후 마켓팅 전략수립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얀징맥주의 NBA 광고는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각본이 아니라 우연찮게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하브루의 부대표인 릭 아이버슨에 따르면 야오밍이 휴스턴에 지명을 받던날 아이버슨 자신은 자신이 판매를 담당하고 있던 중국 맥주를 홍보한다는 차원에서 휴스턴 인근의 스포츠바에 20박스를 무료로 공급했다. 그러나 예상밖에 호응으로 맥주는 불과 15분만에 동이 났고 이를 계기로 광고 계약까지 밀어붙이게 됐다.
얀징맥주의 성공적인 광고전략은 과정이야 어찌됐건 다른 기업들에게도 큰 자극이 됐다. 중국의 휴대전화 메이커인 차이나유니콤이 야오밍을 모델로 하는 광고계약을 이미 체결했고 이외에도 약 30개 기업들이 야오밍을 광고에 출현시키기 위해 경합을 벌이고 있다.
휴스턴의 기획이사인 태드 브라운은 "미국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야오밍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라며 "지금까지 관심의 영역 밖에 있던 지역이 홍보와 마케팅의 대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야오밍 마케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중국 이외의 다국적 기업들에게도 야오밍은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광고 타겟이다. 애플컴퓨터는 지난 1월말에 광고의 단가가 가장 높다는 수퍼볼 주간에 야오밍을 출현시킨 텔레비전 광고를 방영했고 현재는 후속편을 준비중이다. 이밖에도 휴스턴로키츠 측은 상당수의 기업들이 야오밍을 모델로 기용하기 위해 협조를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 1996년 박찬호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과 지난해 월드컵 4강 신화로 많은 우리 나라의 운동선수들도 해외시장에 이미 진출했거나 혹은 진출을 추진중에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선수들은 우수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이나 중국 선수들에 비해 낮은 보수나 평가를 받고 있다.
프로 스포츠의 진정한 성공은 실력보다는 흥행에 달려 있다는 말이 있다. 거대한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의 인해전술(?)과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일본의 구매력 앞에 한걸음 물러날 수 밖에서 없는 우리 선수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역시 "스포츠 = 국력"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