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정통부-SKT, "사전담합설" 도마에

  • 등록 2002-05-20 오후 6:15:37

    수정 2002-05-20 오후 6:15:37

[edaily 이경탑기자] 지난 18일 SK텔레콤의 "깜짝쇼"에 당황한다는 첫반응을 보였던 정보통신부와 KT는 20일에 희색이 감도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정통부와 KT는 일단 SK텔레콤의 적극적인 입찰 참여로 정부 잔여지분을 완전 해소했다는 홀가분함, 민영화 이전과 비슷한 관계로 KT를 묶어두는데 성공했다는 점 등이 얼굴표정을 바꾼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특히 삼성 대신 SK텔레콤이 1대주주가 됨으로써 정통부가 KT에 대해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번 SK텔레콤의 깜짝쇼와 연이은 "거짓말 행진"이 정통부와의 합작품 내지 정통부의 방조아래 이뤄진 작품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KT 민영화와 관련,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이런 주장에는 상당한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우선 SK텔레콤의 이같은 전략을 정통부가 사전에 몰랐느냐는 점이다. KT 민영화 작업을 담당했던 정통부의 민원기 통신업무과장은 이날 "SK텔레콤이 이처럼 대량의 주식 청약에 나설 줄 예측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확인은 엉뚱하게도 SK텔레콤이 해주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18일 오전 5% 참여계획을 정통부에 전달했으며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문제 없다", "좋다"라는 긍정적 답을 얻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정통부가 SK텔레콤의 5% 참여를 알고 있었다는 증거인 셈인데 정통부는 "몰랐다"고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또 앞서 17일 정통부의 한춘구 정보통신지원국장은 "SK텔레콤이 내일 이사회를 열어 지분 참여를 결의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어 사전에 SK텔레콤과의 교감을 유지해왔음을 시사하고 있다. 지난 18일 청약 마감이 낮 12시까지였지만 정통부는 이를 1시간 연장해도 된다는 뜻을 증권사들에게 전달했다. 공교롭게도 SK텔레콤은 낮 11시45분에 자금을 입금했으나 청약 전산입력은 낮 12시4분에 이뤄져 마감시간 연장의 수혜를 입기도 했다. 더욱이 SK텔레콤 관계자가 "KT 불참사실을 전달했으나 정부가 회사에 입찰 참여를 요청, 번복된 것같다"며 정통부의 압력설을 흘렸으나 이에 대해 정통부가 공식 대응을 하지 않았던 것도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이런 의혹은 줄곧 KT 민영화에 반대입장을 보였던 정통부의 종전 입장과 무관치 않다. 정통부는 KT에 대한 영향력 유지에 골몰, 민영화에 반대하는 유일한 부처로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이번 민영화 결과, 기간통신사업자로 정통부의 영향력 안에 있는 SK텔레콤은 민영화를 반대해온 정통부 입장에선 그나마 "차선의 대안으로는 최적"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 대신 삼성이 최대주주가 될 경우 민영화 이후 KT를 요리하기가 싶지 않다는 "관료주의"의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그동안 정통부는 KT 장비구매에서 가격이 저렴한 해외 장비보다 국산장비를 우선 구매해 줄 것을 요구, 관철시키기도 했고 장비 조달시 해당 장비에 대한 세부 스펙을 사전에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등 끊임없이 입김을 행사해왔다. 또 올초 IT경기 활성화를 위해 KT에 대해 올해 투자금액을 20%이상 늘리도록 했으며 투자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도록 유도하는 등 주인 행세를 "세게" 해왔다. 때문에 SK텔레콤이 최대주주가 되는 상황은 정통부 입장에선 "거부할 수 없는" 답안인 셈이다. 또다른 이해당사자인 KT도 SKT의 자사 최대주주 등극에 대해 만족하는 목소리가 많다. "특정재벌의 KT경영권 장악이 어려워졌다"는 점이 만족감을 들게 하는 이유. KT의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SK텔레콤에 대해 민영화를 방해하지 말라는 경고를 여러번 보냈는데 결과를 열어보니 가장 이상적인 민영화를 SK텔레콤이 이뤄준 셈이 됐다"고 평가했다. 가장 이상적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민영화 이후의 지배구도와 관련지어 설명할 수 있다. 민영화후 특정 재벌의 KT경영권 참여 방지를 위해 정통부가 기획중인 사외이사 확대 등도 삼성 등이 마음먹고 지분 확대에 나설 경우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며 우려한 게 사실. 즉 삼성이나 LG 등이 전략적주주로 참여하면 사외이사를 파견, 현 경영진의 경영에 간섭할 수 있게 된다. 반면 SK텔레콤이 최대주주로 나서면 이러한 우려를 일순간 해소된다. SK텔레콤은 정관에 경쟁업체 주주는 이사회에 참여할 수 없다"는 상호주의 원칙 규정에 따라 사외이사조차 파견할 수 없다. 아울러 상법의 상호보유지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으로 현재 9.27%를 보유 중인 KT가 0.73%만을 추가 매입할 경우 양사간 보유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경영권 간섭 배제에 있어 삼성은 어렵고 SK텔레콤은 쉽다는 점에서 KT가 내심 반기고 있는 구도다. 한편 정통부는 당초 구상한 전략적 투자자의 사외이사 추천을 통한 KT 경영효율화 방안과 경영진에 대한 견제장치가 무위로 돌아감에 따라 KT 지배구조에 대한 재검토 등 대책 마련에 착수하는 등 "뒷북행정"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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