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월가 출신 하피즈 가예 에르칸 총재 임명

골드만삭스·퍼스트리퍼블릭銀서 근무한 경제통
에르도안 입김서 벗어나 정통적 통화정책 펼칠지 주목
  • 등록 2023-06-09 오후 2:01:41

    수정 2023-06-09 오후 2:01:41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튀르키예 신임 중앙은행 총재로 월가 출신인 하피제 가예 에르칸이 임명됐다. 튀르키예 첫 여성 총재로, 과거와 달리 정통적 통화정책을 펼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피제 가예 에르칸 신임 에드로안 중앙은행 총재.(사진=퍼스트리퍼블릭은행 홈페이지)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재선에 성공한 레제프 다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에르칸을 신임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했다.

미국 프린스턴대학에서 금융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에르칸은 주로 미국에서 활동한 금융전문가다. 골드만삭스 임원과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최고경영자(CEO)를 거쳐 현재 부동산 회사 그레이스톤 CEO를 맡고 있다.

시장에서는 그녀의 임명에 대해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책 전환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선 전만 해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물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저금리를 유지하는 비정통적 통화정책을 펼쳤다. 총재 경질 등 중앙은행에 대한 노골적 압박을 했고, 4년간 경질한 중앙은행 총재만 3명이다. 이들이 지나친 긴축으로 경제를 해쳤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금리인상을 멈추면서 튀르키예의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86%를 기록하는 등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그가 에르도안 대통령의 입김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펼칠 수 있으지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 있다. 뉴욕에 위치한 경제 자문기관인 메들리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닉 스타드밀러 책임자는 “에르칸의 성공은 그가 에르도안 대령령의 입김 아래서 얼마나 정책 자율성을 누릴 수 있을지에 달려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충분히 금리인상을 허용할지가 관건이다”고 했다.

그가 월가에서 일한 경험이 있지만 공식적으로 통화정책에 관여한 경험이 없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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