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최종기 교수팀이 성인 간경변증 환자 50만 명을 비교 분석한 결과, 간경변증이 있으면 일반인에 비해 대상포진 발병률이 약 9%, 대상포진으로 인한 입원율이 약 48% 높은 것을 최근 확인했다.
특히 20~40대 간경변증 환자의 대상포진 발병 위험이 50~70대에 비해 비교적 높아 젊은 나이대의 간경변증 환자일수록 예방 접종을 통해 대상포진을 주의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그동안 간경변증과 대상포진 발병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해외 데이터거나 소규모 연구여서 국내 환자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이번 연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간경변증 환자와 국내 일반 인구 전체를 대상으로 10년간의 대상포진 발병률을 입증한 연구인만큼 그 의의가 크다.
대상포진은 어릴 때 감염된 수두 바이러스가 신경세포에 잠복해 있다가, 신체 면역력이 떨어질 때 신경 주변으로 퍼져서 발생한다. 주로 수포와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며, 물집과 발진이 사라진다 해도 이차 감염이나 만성 신경통이 생길 가능성이 커 백신을 통한 예방이 중요하다.
우선 간경변증 환자 50만여 명 가운데 2009년부터 2019년 사이 대상포진이 발생한 환자는 총 7만 294명이었다. 대상포진 발병률은 1,000인년 당 21.6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간경변증 환자 1,000명을 1년간 관찰했을 때 21.6명에게서 대상포진이 발병한다는 뜻이다. 대상포진으로 인한 입원은 1,000인년 당 1.81명이다.
나이, 성별 등을 보정해 간경변증 환자와 간경변증이 없는 국내 전체 일반 인구를 비교한 결과, 간경변증 환자가 일반인에 비해 대상포진에 걸릴 위험이 약 9%, 대상포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이 약 48% 높았다.
최종기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경변증은 간 기능 감소와 동반된 면역기능장애를 발생시킬 위험이 높기 때문에 대상포진이 쉽게 발병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번 연구는 해당 기간 내 모든 대한민국 성인 간경변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인만큼 간경변증 환자에게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권유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간학회·한국간재단의 연구비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임상소화기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미국소화기학회지(Americ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