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미디어 성공 전략..정체성, 꾸준함 그리고 팬덤

미디어 스타트업 '미디어자몽' 김건우 대표 인터뷰
"소수 타깃화된 개인 미디어 시장 커진다"
꾸준한 콘텐츠 생산과 자기만의 정체성, 팬덤이 필수
  • 등록 2017-08-01 오전 10:07:33

    수정 2017-08-01 오전 10:07:33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미디어는 각 개인을 타깃으로 진화한다. 팬덤을 확보한 미디어가 결국 살아남는다.”

미디어 스타트업 ‘미디어자몽’은 2013년 시작했다. 팟캐스트 플랫폼과 스튜디오 사업에서 지금은 동영상 시장으로까지 진출했다. 1인 미디어 창작자를 발굴하고 이들을 돕는 게 주요 역할이자 사업 영역이다. 목표는 JTBC나 CJ E&M 같은 종합방송사다.

콘텐츠 대기업과 미디어 스타트업 간 ‘콜라보’

지난달 25일 용산 CGV 오픈스튜디오에서 김건우 미디어 자몽 대표를 만났다. 때마침 배우 송강호 주연의 ‘택시운전사’ 시사 행사가 있던 날이다. 미디어자몽은 이날 행사의 인터넷 생중계를 맡았다. 기존 방송사나 연예 전문 언론사에서 하던 일이다. CJ CGV는 자체 미디어 서비스의 하나로 미디어자몽에 이 같은 일을 맡겼다.

오픈스튜디오도 CJ CGV와 미디어자몽 간 협업 사례다. 지난달 18일 미디어스타트업인 미디어자몽은 콘텐츠 유통 대기업인 CJ CGV와 함께 오픈스튜디오를 만들어 개관했다. 관객들과 소통이 필요했던 CJ CGV가 더 적극적이었다. CJ CGV는 용산CGV내 레드카펫 바로 옆 공간을 오픈스튜디오로 내줬다.

용산 CJ CGV 내 오픈스튜디오
내부 장비 구축과 스튜디오 관리는 미디어자몽이 맡았다. 지난 4년여 동안 팟캐스트, 개인방송 전문 스튜디오를 운영해왔던 노하우 덕분이다. 지난 25일 오픈스튜디오를 방문했을 때도 여느 라디오 공개방송 스튜디오 못지 않은 장비와 규모였다.

김 대표는 “보이는 라디오방송 콘셉트로 공개방송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CGV가 먼저 제안해왔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는’ 공간에서 ‘영화도 보는’ 문화 공간으로 극장을 꾸미자는 CGV의 취지가 담긴 것이다.

오픈스튜디오는 미디어자몽에 있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용산CGV내 오픈스튜디오는 기존 상암동과 논현동 스튜디오보다 유동인구가 많다. 김 대표는 “더 큰 경쟁력을 얻게 된 것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블로그에서 미디어 가능성 발견”

김 대표가 미디어자몽을 시작한 때는 2013년. 사명의 ‘자몽’은 과일 ‘자몽’에서 착안했다. 참신하고 신선한 이미지를 원했기 때문이다. 후에 자몽은 ‘스스로 자(自)’에 ‘꿈몽(夢)’이라는 근사한 뜻풀이가 붙었다.

실제로도 김 대표는 미디어자몽을 통해 자신만의 꿈을 이뤄가고 있다. 방송인의 꿈이다. 그는 한때 기존 방송사 아나운서를 꿈꿨다. 기존 방송사가 갖고 있는 높은 울타리를 절감했던 그는 2013년부터 시작했다. 첫 시작은 팟캐스트 플랫폼이었다.

김건우 미디어자몽 대표가 용산CGV 내 오픈스튜디오에서 팟캐스트 녹음 작업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블로그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미디어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팟캐스트는 블로그에서 가장 쉽게 전환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매체였다.

“블로거들은 스스로 미디어, 저널리즘에 입각해 글을 쓴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1인미디어의 초기 모델이었던 블로그가 진화하면 그렇게 미디어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었고요. 2007년 디씨인사이드에서 마케팅을 맡았고 UCC 영상도 제작했던 경험이 있어요. 영상쪽으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여겼고 사업을 시작했고요.”

그의 예상대로 1인미디어는 중흥기를 맞았다. 2000년대 파워블로거를 시작으로 2010년 중반 이후부터는 영상과 음성을 중심으로 한 1인미디어가 산업으로 성장했다. 팟캐스트와 유튜브가 대표적이다.

다만 소수의 초기 시장 진입자들이 음성·영상 콘텐츠 시장에서 돈을 버는 구조라는 지적이 있다. 2015년 정점으로 나왔던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사업자들은 수익원 발굴에 골몰중이다. 수익화에 대한 고민은 더욱 커졌다.

김 대표는 한국의 1인미디어 시장이 과도기적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일단 뜨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돈을 못 버는 것도 사실이예요. 과도기적 시점이라고 봐요. 기존 미디어 산업이 40~50년 이어오면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탄탄한 구조를 만들어 놓았죠. 드라마라면 판권이라든가 수출을 통해서라든가. 1인미디어는 시장에서 팔리느냐, 안팔리냐 이건데, 아직까지는 콘텐츠를 사고 팔기에는 과도기적 상황이 아닐까 싶어요. 시장이 형성이 안됐기 때문이죠.”

시장은 성장중 “소수를 타깃으로 팬덤 확보가 중요”

척박한 한국 시장이지만 일부에서는 가능성도 보인다. 어린이용 콘텐츠다. ‘캐리소프트’가 대표적인 예다. 유아동 사이에서 캐리소프트의 콘텐츠가 인기를 얻으면서 국내 완구 시장 마케팅 판도 자체가 바뀌었다.

“최근 돈내는 시장 구조로 바뀌고 있어요. 키즈 콘텐츠는 이미 유료채널로 판매가 되고 있죠. 넷플릭스만 봐도 괜찮은 콘텐츠에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죠. 이런 게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김 대표는 1인미디어 시장이 형성되면 보다 개인화·전문화된 콘텐츠가 주목 받을 것으로 여겼다. 꾸준한 콘텐츠 생산으로 팬덤까지 형성된다면 수익화도 어렵지 않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개인 등 소수를 타깃으로 미디어는 변합니다. 개인방송, 개인미디어가 많아지면서 다양성을 확보하게 되는 거죠. 그런 측면에서 팬덤은 공통 관심사로 묶이지 않을까 싶네요. 소수 지향으로 타깃화된 미디어가 굉장한 팬덤을 갖게 되고 결국 이게 살아남게 됩니다.”

1인미디어를 꿈꾸는 사람들한테 김 대표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이 가장 잘하고 많이 아는 영역에 대한 탐구가 중요하다.

“주제가 대중적이면 사람들은 반응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일시적인 것 같아요. 콘텐츠 생산에 있어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정체성입니다. 이게 우선돼야 합니다. 콘텐츠를 만들어도 ‘좋아하는 것’보다 ‘내가 잘하는 것’이 우선돼야 합니다. 그 후에 디테일한 기획을 만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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