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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업계마저 그 존재를 잊고 있던 냉풍기가 잡초같은 생존력을 과시하고 있어 화제다.
냉풍기는 기기에 설치된 냉매인 얼음팩과 팬(Pan)을 이용해 냉각된 바람이 나오는 제품이다. 냉풍기의 가장 큰 장점은 에어컨보다 저렴한 10만~20만원을 들이면 선풍기가 충족시켜줄 수 없는 냉방요소를 채워준다는 것이다. 좁은 공간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전력소모가 적다는 것도 냉풍기 강점 중 하나다.
국내 냉풍기 역사의 시작은 1988년이다. 당시 삼성전자(005930)는 ‘에어컨과 선풍기 기능을 혼합한 국내최초 여름상품’이란 설명을 달며 냉풍기를 출시했다. 뒤이어 1990년대까지 금성사(현 LG전자(066570)), 대우전자 등 내로라하는 업체들이 냉풍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인기 절정일때는 ‘냉풍기닷컴’이라는 전문 판매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단점이 두드러지고 판매가 지지부진하자 대형 가전업체들은 냉풍기 생산을 멈췄다.
여기에 냉매가 녹으며 발생하는 습기도 문제다. 장마와 함께 고온다습한 여름을 보이는 한국에서 방을 축축하게 만드는 냉풍기는 외면받았고 대신 제습기가 사랑을 받았다.
위닉스처럼 제습기를 전문적으로 생산해 이름을 알린 업체는 있어도 냉풍기를 전문적으로 제조해 명성을 떨친 회사가 없는 이유다.
업계에 따르면 냉풍기의 연간 판매량은 2만대 안팎으로 추정된다. 신일산업의 자사 여름용 가전제품 연간 판매량 140만대 중 냉풍기는 1만여대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국내 전체 연간 선풍기 판매량 350만대와 에어컨 판매량 150만대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그나마 최근 보국전자가 홈쇼핑을 통해 잊혀진 냉풍기를 다시 각인시켜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전업계에서도 냉풍기는 관심 품목이 아닌지 오래됐다”면서도 “1인 가구의 증가와 영업용·캠핑용 냉풍기 수요가 늘어가기 때문에 쉽사리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