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제사주재자와 상의없이 시신·유해 처리하면 위법"

전처 자녀에게 알리지 않고 남편 장례치른 후처에게 손해배상금 지급 선고
  • 등록 2016-04-29 오후 1:49:55

    수정 2016-04-29 오후 4:11:12

서울북부지법 전경. 박경훈 기자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제사주재자의 의견을 묻지 않고 자의적으로 시신과 유해를 처리하는 행위는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것으로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북부지법 민사3단독 박관근 부장판사는 고(故) 전모(80)씨와 전처 사이에서 난 제사주재자 장녀 전모(51)씨 등 6명의 자매가 후처 차모(71)씨와 그의 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고 29일 밝혔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제사주재자는 고인의 장남이 되거나 아들이 없는 경우 장녀가 된다.

박 판사는 “고인의 유체와 유골은 제사주재자에게 승계되는 것이므로 그에 관한 관리 및 처분은 제사주재자의 의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판시한 지난 200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언급하며 차씨가 전씨에게 500만원을, 나머지 5명의 자매에게 3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각각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법원에 따르면 차씨는 남편이 2014년 12월 30일 사망하자 2015년 첫날 고양시 덕양구의 화장장에서 화장한 뒤 무연고자 유해를 처리하는 서울시립승화원 유택동산에 유골을 뿌렸다. 제사주재자인 전씨와 그 자매들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서 “아버지의 임종도 못 지켜드렸다”는 정신적 충격에 빠졌다. 자매들은 차씨와 그의 딸을 상대로 9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박 판사는 “차씨와 그의 딸은 고인의 유해에 대한 처리과정에서 전씨와 그 자매들의 감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임의로 처리하는 행위를 했다”며 “명백히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행위로 위법하다”고 밝혔다.

박 판사는 이어 “차씨와 딸이 아버지가 사망하자 전씨와 자매들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임의로 화장해 유해를 시립승화원 유택동산에 뿌린 것은 고의에 의한 행위가 명백하다”며 “전씨와 자매들은 깊은 정신적 충격을 받았으므로 정신적 손해가 존재한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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