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환골탈태

삼성전자, 주력사업도 버릴 각오로 혁신해야
인문학 인재도 과감히 기용해 인문과 기술 통섭해야
  • 등록 2013-01-28 오후 3:11:07

    수정 2013-01-28 오후 5:32:16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중국의 PC업체 레노버가 굴지의 스마트폰업체 리서치인모션(RIM) 인수를 추진하겠다는 소식을 듣고 문득 지난 2005년이 떠올랐다. 당시 레노버는 IBM의 PC사업부문을 떠안았지만 큰 기대를 받지는 못했다. 레노버의 경쟁력에 의문을 품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7년 남짓 지난 현재 레노버는 PC의 상징인 휴렛패커드(HP)를 제쳤다. 레노버의 전력을 볼 때 RIM을 인수하면 생각보다 빨리 글로벌 스마트폰 강자가 될 것이다.

올해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3’를 지켜본 이들은 중국 하이센스의 110인치 울트라HD TV를 주목하고 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 제품을 그냥 베끼더니 이젠 응용까지 했다고 한다. TV 시장에서도 중국의 급격한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다.

스마트폰과 TV의 세계 1위는 여전히 삼성전자다. 따라서 중국 전자업계의 목표는 삼성전자다. 최근 삼성전자 내부의 위기감도 부쩍 커졌다. “우리가 일본을 제쳤던 방식을 중국이 그대로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많아졌다. 주력사업이었던 PC를 버리면서 컨설팅업체로 환골탈태한 IBM의 사례도 자주 거론되는 것 같다. PC사업을 그대로 가져가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HP·델 등과 비교하면서다.

결론부터 말하면 삼성전자(005930)는 스마트폰과 TV까지 버릴 각오로 혁신해야 한다. 혁신을 향한 삼성전자의 피나는 노력을 폄훼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최근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TV의 최신 기술을 두고 얘기하는 혁신이 어딘가 약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문제는 인재의 획일성이다. 삼성전자가 기술 지향적인 회사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엔지니어 출신은 압도적으로 많다.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사업부장, 연구소장 등이 모두 엔지니어 출신이다. 최지성 삼성미래전략실장 부회장과 박상진 삼성SDI(006400) 사장 등을 제외하면 주요 계열사 CEO들은 대부분 엔지니어 출신이다. 삼성전자 신입사원 연수를 가도 인문계는 가뭄에 콩 나듯 하다. 인재의 획일성은 곧 사고의 획일성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가 다루긴 너무 어려운 최신 기술이 엔지니어에겐 최고의 혁신일 수도 있다.

기자는 삼성전자가 코카콜라·맥도널드 같은 이종산업과도 화두로 경쟁해야 한다고 지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엔지니어가 조직을 장악한 현재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인문학을 뿌리에 둔 인재도 과감히 기용해 인문과 기술의 통섭을 적극 구현할 때가 됐다. 인문학을 전공한 CEO 혹은 사업부장도 나와야 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10년 안에 삼성의 대표 제품이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조직을 통째로 변모시키는 혁신만이 10년 후에도 삼성전자가 살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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