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 17개월만에 구두개입..시장 `요지부동`

재정부 "지나친 환율 급변동 바람직하지 않아..예의주시"
외환시장 "구두개입으론 환율 상승세 막기 어려워"
  • 등록 2011-09-15 오후 3:40:16

    수정 2011-09-15 오후 3:43:23

[이데일리 문정현 신상건 기자] 외환당국이 1년5개월만에 공식 구두개입에 나섰다. 장초반 잠잠했던 환율이 이탈리아 국가신용등급 강등설에 1120원 가까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국의 구두개입에도 달러-원 환율 상승폭은 줄지 않았다. 유럽 재정위기 불안에 역외세력의 달러매도와 주식 역송금이 나오며 환율 하단을 떠받쳤다. 시장참가자들은 실개입을 수반하지 않은 구두개입만으로는 현재 환율 상승세를 잠재우기는 역부족으로 보고 있다.

▲ 기간: 2011년1월3일~9월15일. 단위: 원
◇ 외환당국, 1년5개월만에 구두개입 나서


기획재정부는 15일 은성수 국제금융국장 명의로 "어떤 방향이든 환율의 지나친 급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환당국이 공식적으로 구두개입에 나선 것은 지난 2010년 4월27일 이후 약 1년5개월만이다. 환율 하락이 아닌 상승을 경계한 개입으로는 리먼사태 직후였던 2008년 11월20일 이후 2년10개월만에 처음이다.

이처럼 외환당국이 급작스런 개입에 나선 것은 유럽 불안에 달러-원 환율이 급등세를 탈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전일 4개월만에 1100원대를 회복한 달러-원 환율은 그리스 유로존 이탈설 부인 소식에 하락세로 출발했지만 무디스의 이탈리아 국가신용등급 강등설이 나오자 급등세를 탔다.

역외세력의 달러매수에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에 투자했던 자금을 달러로 환전하는 역송금 수요까지 가세하며 환율은 장중 1119.9원까지 뛰었다.

하지만 외환당국의 구두개입도 달러-원 환율 방향을 돌리진 못했다. 개입 직후 1113원대로 후퇴했던 환율은 전일대비 8.6원 오른 1116.4원에 장을 마쳤다.

◇ "구두개입만으론 역부족..실개입 나와야"

전문가들은 유럽 위기가 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환당국의 구두개입만으로는 환율 급등세를 꺾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환율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주체가 역외 참가자(외국인)인데다 환율 상단을 막아줬던 중공업체 네고물량(달러매도) 출회도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당국으로서는 환율 변동성을 줄일만한 카드만 버리게 된 셈이다.

시중은행 한 외환딜러는 "역외 매수세가 집중되면서 국내 참가자들도 덩달아 달러를 사들이고 있는 분위기"라면서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판단한 중공업체들의 물량 처리도 뜸해져 환율 상승을 막아줄 요소가 거의 사라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당국의 구두개입으로 4원 가까이 환율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면서 "실질적인 개입을 통해 보다 강력한 신호를 보내지 않는 한 역외 매수세를 쉽게 잠재우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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