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회사살리는 CEO는 뭔가 다르다

  • 등록 2007-03-26 오후 4:45:50

    수정 2007-03-26 오후 6:24:17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상식적으로 집안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데 가장이 자신은 펑펑 돈을 쓰며 자식들에게만 줄여 쓰라고 지시한다면 과연 이 지시가 효력이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사람들이 모인 기업도 당연히 마찬가지겠죠. 최고경영자(CEO)들의 솔선수범은 그래서 중요하다는 게 국제부 김윤경 기자의 생각입니다.
 
지난 주에 서두칠 동원시스템즈 부회장을 만났습니다. 서 부회장은 한국전기초자라는, 당시로선 `9회말 투 아웃 투 스트라이크`에 닥친 기업을 맡아 기사회생시킨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구조조정의 마술사`로까지 불리는 CEO입니다.

▲ 서두칠 부회장
그의 표현대로라면, 솔선수범을 통해 `가죽(革)을 벗겨내는` 혁신(革新)의 고통을 감내하도록 조직을 움직여 부채비율 1114%에 이르는 기업을 3년만에 기적적으로 살려 냈습니다.

이 회사를 떠나고 편한 자리에 오라는 제의를 많이 받았지만, 역시 닷컴 버블 붕괴후 어려움에 빠져 있던 동원시스템즈(당시 이스텔시스템즈)를 새 터전으로 정하고 이 회사 역시 정상 궤도에 올려놓았습니다.

회사에 와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사정은 더 좋지 않았고, 그는 급기야 `이익을 낼 때까지 월급을 받지 않겠다`는 극단 처방까지 하고 나서 실제 1년반 동안 한 푼도 못받고 일했습니다. 회생에 자신이 있다면 스톡옵션은 그냥 뒀어도 될텐데 이 마저도 포기했었죠. 이 회사 역시 3년만에 부채를 다 갚고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이런 과거 얘기를 하는 과정에 그가 요즘에도 법인카드를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물론 CEO가 법인카드를 쓰는 것 자체가 나쁜 건 당연히 아니지만, 어려운 회사 사정 속에서 먼저 아끼던 것이 버릇처럼 된 모양이어서 더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는 두 회사에서 임원용 골프 회원권까지 팔아 회사에 보태기도 했었죠.

"한국전기초자 시절 하루에 수십억원씩 갚아야 하는 상황에서 회원권을 파는건 사실 `쇼맨십`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직원들에게 회사 살리기에 경영진도 동참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건전한 의미의 쇼맨십`입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회원권을 판 3억원으로 수천억원의 마음을 벌었다고 얘기합니다.

▲ 제럴드 그린스타인 회장
이런 모습은 얼마전 제가 외신에서 접하고 기사를 썼던 칠순의 델타항공 회장 겸 CEO를 상기시켰습니다.

9.11 테러 이후 생존위협을 받았던 항공업계가 재기하면서 속속 파산보호에서 벗어나고 있는데, 이 경우 경영진에게 수고했다는 의미인지, 금전적 보상을 하는게 관행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제럴드 그린스타인 델타항공 회장은 "연봉 외에는 한 푼도 더 받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구조조정 과정에선 필연적으로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고, 주주들은 주식 가치가 떨어져 마음 고생을 했을 텐데, 경영진들이 이런 살벌한 삭감 이후에 보상을 받는다면 회사는 살았을 지 몰라도 회사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는 데엔 실패한다고 봐도 될 겁니다. 
 
그린스타인 회장의 이같은 표명은 아마도 구성원들에게 수고했다며 어깨를 두드려 주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지 않을까 합니다.  

한 때 업계 1위를 견고하게 지켰던 제너럴모터스(GM)는 회사가 2년째 대대적인 적자를 내고 있는 와중에 경영진들이 `잘 안보이게` 보수를 챙겨 물의를 빚고 있다고 합니다.
 
릭 왜고너 CEO와 고위 경영진들이 연봉은 줄였지만, 스톡옵션 등 주식으로 `보너스 잔치`를 벌인 겁니다. 비(非)경영진인 대부분의 직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어떤 수로 메워줄까요. 과연 GM 경영진이 회사가 진정 회생할 수 있길 바라는 걸까 의문입니다. 

연봉과 스톡옵션 외에 회사에서 CEO들이 어떻게 사욕(私慾)을 채우는 지는 다 공개되지 않아서 잘 모르기 마련인데, 사실 이게 또 `꽤` 됩니다. 
 
최근 AP통신이 보도한 데 따르면 아메리칸익스프레스 CEO가 1년간 사용한 승용차 사용료를 대준 것만도 13만달러에 달했고, 이 회사는 회사 식당에서 먹은 간식값까지도 지원했다고 합니다.
 
코카콜라의 한 임원은 직원들과 고용협약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5만달러의 법률 비용도 회사가 지불하게 했습니다. 

다들 존경해 마지 않는 지 모르겠지만, 은퇴 후까지 회사에서 개인 항공기 이용료 등 각종 특전을 챙긴 혐의로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도 추문에 시달린 바 있습니다. 이후 그가 사실과 많이 다르며, 특전을 포기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잦아들었지만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날까`란 생각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요즘 `세기의 부자` 워렌 버핏 관련 외신 기사를 많이 접했습니다. 그가 돈을 어떻게, 얼마나 많이 버는 지가 늘 뉴스의 초점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의 `철학`이 더 울림이 큰 편입니다. 
 
그는 이미 지난 1980년대부터 "스톡옵션도 보수의 한 형태"라면서 비용처리를 주장했던 인물입니다. 엔론 등 미국 대기업들이 줄줄이 회계 비리로 무너지는 과정에서 그의 기업 투명성 제고 주장이 화제에 올랐죠. 
 
그렇다고 그가 두둑한 자기 주머니를 풀지 않고 있다면 오산입니다. 그는 사재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며 `노블리스 오블리제` 실천에도 솔선수범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오마하의 현인(賢人)`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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