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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근로감독은 회사와 부동해고 관련 소송을 벌이다 숨진 이재학 PD 사망사건을 계기로 실시됐다. 이 사건 이후 방송 프로그램 제작 종사자들은 이른바 ‘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고용부는 청주방송과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한 방송작가, PD 등에 대해서는 실태조사를 통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했다. 또 청주방송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대해서도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이 있는지 점검했다.
먼저 방송작가, PD 등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를 대법원의 판단기준에 따라 구체적인 업무형태 등을 조사한 결과, 프리랜서 총 21명 중 12명에 대해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또 업무 수행과정에서 청주방송 소속 정규직 PD 또는 편성팀장으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등 사용종속 관계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일부 방송작가는 본인의 재량에 따라 독자적으로 작가 업무를 수행하는 등 사용종속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려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PD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됐다. 청주방송과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한 PD의 경우는 청주방송 소속 정규직 PD로부터 지휘·감독을 받는 등 사용종속 관계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촬영 준비부터 영상 편집단계까지 청주방송 소속 정규직 PD를 보조해서 업무를 수행하는 등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서의 징표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MD(Master Director)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될 뿐아니라 불법파견도 적발됐다. MD는 정해진 시간에 방송이 송출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광고·예고·속보 등 전반적인 부분을 총괄하는 운영 책임자다. MD는 청주방송과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임에도 업무수행 과정에서 청주방송 정규직 PD 등이 직접 지휘·감독을 하여 불법파견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리포터, DJ, MC의 경우는 프리랜서 계약(방송 출연계약)을 체결하고 지휘·감독을 받지 않았고, 정해진 원고를 토대로 본인의 재량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분장업무 담당자도 별도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본인 소관의 업무를 독자적으로 수행하고 있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청주방송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와 관련해서는 총 9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최근 3년간 전·현직 직원 88명에게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수당 등 금품 7억 5000여만원을 체불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외에도 근로조건 서면 명시 위반,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 미실시 등 기초노동질서 위반사항도 확인됐다.
근로감독을 통해 확인된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청주방송이 체불금품을 지급하는 등 모두 시정이 완료됐다. 고용부는 이번 청주방송 근로감독을 계기로 방송 제작현장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다른 방송사에 대한 실태조사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박화진 고용부 차관은 “방송제작 시장은 양적?질적으로 꾸준히 성장해 왔으나, 그 이면에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은 더딘 상황이다”라며 “방송업계에서도 현장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박 차관은 이어 “이를 위해 방송업계가 스스로 노동관계법을 지키고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함께 간담회·설명회 등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