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기 대규모 취락지서 곡물재배 흔적 확인

인천 운서동Ⅰ유적서 다량의 조, 기장 등 곡물 압흔 131점 발견
양양 지경리 유적서 기장 등의 잡곡과 들깨 등 압흔 294점 확인
중부 서해안 시작 초기 농경이 동해안과 남해안 확산
  • 등록 2015-11-02 오전 10:33:05

    수정 2015-11-02 오전 10:33:05

인천 운서동Ⅰ 유적 2지점 15호 주거지 토기와 압흔의 조(사진=문화재청)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신석기 시대 대규모 취락지에서 초기 농경의 실체가 드러났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강순형)는 2일 ‘식물고고학을 통한 선사시대 농경화 연구’의 하나로 (재)중앙문화재연구원, 강릉대학교박물관의 협조를 얻어 실시한 ‘인천 운서동Ⅰ유적’과 ‘양양 지경리 유적’ 출토 토기에 대한 압흔(壓痕, 눌린 흔적) 조사 결과 우리나라 초기 농경의 발전 양상을 밝혀줄 조(粟), 기장(黍) 등의 곡물자료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인천 운서동Ⅰ유적은 중부 서해안 지역에서 가장 이른 시기(기원전 4000~ 3600년)의 대규모 취락 유적이다. 정형화된 농경구의 출현과 대규모 주거지의 모습으로 미루어 중국의 화북, 요서 지방에서 이뤄진 조(粟) 중심의 초기 농경이 이곳에 도입됐고 동해안과 남해안으로 확산됐을 것으로 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다만 이번 발굴 조사에서 재배 종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는 다량의 조, 기장 등 곡물 압흔 131점이 확인됐다. 인천 운서동Ⅰ유적은 곡물 압흔이 확인된 우리나라의 대규모 취락 유적지 중에서 가장 시기가 이른 유적으로 밝혀졌다.

또 신석기 시대 중기의 취락 유적인 양양 지경리 유적에서도 조, 기장 등의 잡곡과 들깨 등 압흔 294점이 조사됐다. 이는 중부 서해안에서 시작된 초기 농경이 동해안과 남해안으로 확산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국립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인천 운서동Ⅰ유적의 조사결과는 초기 농경에서 조, 기장 등 잡곡을 직접 재배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귀중한 실증 자료”라고 평가하면서 “당시 도토리를 위주로 한 채집 또는 수렵 중심의 생활에서 조, 기장 등의 잡곡 농경이 도입돼 생업의 안정성이 향상되는 등 생업방식이 크게 변화하였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확인된 조, 기장, 들깨 압흔 대부분은 껍질에 쌓인 상태로 탈곡된 후 도정 단계에서 토기에 혼입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가을작물이라는 점에서 추수 이후인 10월을 전후한 시점에 토기가 제작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은 이번 조사에서 정밀사진 확보를 위해 주사전자현미경(SEM) 촬영을 실시했고 식물에 대한 자세한 동정(同定, 생물의 분류학상 소속이나 명칭을 정함)은 관계 전문가인 오바타 히로키(일본 구마모토대학) 씨와 이경아(미국 오리건대학) 씨의 자문을 받았다.

연구 성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 신석기시대 고고식물 압흔분석보고서’로 발간해 국내외 국공립 도서관과 국외 연구기관 등 관련 기관에 배포한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누리집(www.nrich.go.kr, 문화유산연구지식포털)에서 전자파일로 내려받을 수 있다.

토기 압흔 조사 과정(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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