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발 충격파 환율 강타‥변동성 커지며 환율 출렁일 듯

환율 14.9원 급등..당분간 변동성 확대
외환당국, 수출업체 움직임이 관건
  • 등록 2013-06-20 오후 3:11:33

    수정 2013-06-20 오후 3:18:59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외환시장을 뒤흔들었다. 단기적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마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환율이 위로 오를 가능성이 한층 커진 가운데 변동성도 확대될 수 있어서다. 그렇지만 단기적인 충격을 극복한다면 우리 경제에 나쁠 게 없다는 시각도 있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 대비 14.9원 급등한 1145.7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4월8일(1140.1원)을 넘어서며 지난해 7월26일(1146.9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이 튀어 오른 건 간밤 버냉키 의장이 연말께부터 시장에 풀리는 유동성 규모를 줄이기 시작해 내년에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뒤 경기를 띄우려 돈을 풀었는데, 이를 다시 거둬들이면 달러화 가치가 오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오전 발표된 중국제조업 지표가 부진하면서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강화돼 원화를 포함해 아시아 통화 전반적으로 하락압력을 받았다.

◇관건은 속도와 변동성

단기적으로는 유동성이 빠져나갈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환율이 위쪽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국내은행 외환딜러는 “지금은 유입된 유동성이 빠져나갈 것이란 이슈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그동안 높은 수익을 거뒀고, 외화 유출입이 자유로운 우리나라에서 가장 빨리 돈을 회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달러당 1160원~118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관건은 변동성과 상승 속도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불안감이 커진 터라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달러를 사 두려는 심리가 워낙 강해, 불안심리를 자극할 이슈나 국제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요동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수출업체와 외환 당국의 움직임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수출업체들은 실적관리를 하려 통상 분기 말에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시장에 대거 푸는 경향이 있다.

또 외환 당국도 외화가 빠져나가며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경제 펀더멘털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 단기적으로 유동성 충격 불가피‥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영향도

외환시장의 불안한 움직임은 당장은 우리 경제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이 발을 빼면서 자본이탈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최근 부도위험을 알려주는 우리나라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도 꾸준히 오르고 있는 추세다. 또 외화조달 비용이 오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일부에서는 단기적인 충격이 지나가면 금융시장이나 실물경제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특히 미국이 출구전략에 돌입했다는 점은 미국 경기가 살아난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 우리 수출이 늘어나 경기회복에 도움이 된다. 또 금융시장의 불안만 누그러지면 현재 수준의 환율은 주력기업 수출경쟁력에도 우호적이다.

허인 대외경제정책연구소 국제경제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어떤 상황이 닥칠 지 모를 정도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건 아니다”라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양적 완화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사라진 상황에서 세계경기가 개선되면 수출에도 도움을 줘 나쁜 뉴스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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