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지표)대학이 웬 `소비자신뢰지수`?

  • 등록 2006-11-22 오후 5:37:56

    수정 2006-12-07 오후 6:22:03

[이데일리 김국헌기자] 복잡한 경제현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세기 초에는 태양의 흑점을 통해 농작물 작황을 파악하려고 시도한 적도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경제지표이다. 
 
지표는 `경제의 온도계`라고 할 수 있다. 복잡한 경제현실을 수치화해서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증시에서는 풍향계 역할을 한다. 뉴욕 증시는 특히 지표에 민감하다. 독자들이 해외지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열려라! 지표` 코너를 마련, 주요 지표의 의미와 영향 등을 소개한다.[편집자]

전통과 명성을 자랑하는 월드 클래스급 대학은 많다. 하지만 대학이 경제지표를 개발해 내놓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미국 미시간 대학이 내놓는 소비심리 지표는 뉴욕 증시뿐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에서 주목을 받는다.

경제로 유명한 명문 대학들도 많은데 왜 미시간대학이 소비자신뢰지수를 조사하고 발표하는 걸까? 

▲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답은 미시간 대학의 위치와 이 지역의 산업적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미시간대가 자리잡은 미시간주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가 있다.

포드,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 등 미국 3대 자동차 메이커(빅3)가 모두 디트로이트에 본사를 두고 있다.

디트로이트의 자동차업체들은 생산과 재고를 조절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소비자들의 신차 수요를 알고자 했다. 그래서 지척에 있는 미시간대에 예비 구매자들의 소비심리 조사를 의뢰한 것.

이렇게 시작한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는 지난 1946년 이후 60년간 지속되면서 미국인의 재정상태와 소비, 그리고 미국 경기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주요 소비 지표로 자리잡았다.

그렇다면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는 경기를 얼마나 잘 예측할까?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소비가 지탱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지표 동향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민간 경제연구그룹인 컨퍼런스보드의 경기선행지수보다 더 낫다고 평가한다. 특히 경기둔화 시기를 꽤 잘 예측해, 경제가 침체기에 들어설 때 많이 참고한다.


▲ 미시간대 미래자동차팀 로고
반론도 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이 현재 문제는 비관적으로 느끼는 반면 앞날은 좀 더 희망적으로 보기 때문에 소비자신뢰지수는 소비자의 정서를 수치화한 것일 뿐이라는 비판이다. 또 체감하는 경기와 실제 소비 행동과는 괴리가 크기 때문에 참고 자료 이상의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소비자신뢰지수가 단순한 소비심리 지표일지 몰라도 경기 전환 국면에서는 시장에서 강한 영향력을 미친다. 특히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 다음에 발표되기 때문에 컨퍼런스보드의 소비자신뢰지수와 비교되면서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주기도 한다.

지난 9일 뉴욕 주식시장은 10월 컨퍼런스보드에 이어 11월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 잠정치마저 부진하게 나오면서 크게 하락한 바 있다. 22일 발표될 11월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확정치)는 93.3으로 예상된다. 10월 지수는 93.6으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보통 외환시장과 증권시장은 미국 경제의 호황을 바라기 때문에 소비자신뢰지수가 "행복한 미국 소비자"를 대변해주길 바란다. 반면 채권시장은 소비 확대와 경제 급성장이 금리인상 우려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신뢰지수의 부진을 더 반기는 경향이 있다.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는 한 달에 두 번, 둘째주와 넷째주에 예비치와 확정치를 발표한다. 일반인, 언론, 구독자 등을 상대로 조사 결과를 차별화해서 제공한다.

매달 500명을 대상으로 주말에 조사를 시행하며, 조사대상의 60%는 매달 새로 선정한다. 설문은 질문 50개로 이루어져 있고 현재와 미래의 개인 금융상황, 미국 경제, 인플레이션, 금리 등이 어떤지를 묻는다. 홈페이지는 http://www.sca.isr.umich.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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