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안근모기자] 한국은행이 장기금리의 급락사태에 다시 한 번 제동을 걸고 나섰다. 통안채 장기물 공급을 통해 스무딩하겠다는 것인데, 지난 1월에 이어 이번이 올들어 두번째다.
한은은 공식적으로 "추세를 거스르기 보다는 속도를 제어하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실질금리 마이너스`를 언급하며 절대수준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갖고 있어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다만, 지난 1월 조치의 경우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만기 2-3년물간 금리역전이라는 또다른 왜곡을 낳은 것을 감안할 때, 한은의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예단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채권시장 정책에서 한은과 재경부간에 손발이 잘 맞지 않는 듯한 인상도 풍기고 있다.
◇한은, 금리 절대수준에도 강한 불만 언급
강형문 한은 부총재보는 이번 조치와 관련 "펀더멘털 악화 예상에 따른 금리의 하향추세를 거스를 수는 없으나, 투기세력까지 가세한 과도한 하락세는 스무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속도조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대로 가다가는 모든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시장은 성장둔화뿐 아니라 물가불안에 대새서도 염두를 두는 등 균형있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금리의 절대수준에 대해서도 상당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박승 총재는 성과가 있을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힘의 문제"라면서 "미흡하다면 대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 강한 의지를 밝혔다.
◇지난 1월 시장조치 효과는 기대에 못미쳐
이같은 조치는 연초에도 있었다. 지난 1월9일 박철 한국은행 부총재는 국고채 지표금리가 속락, 5%대를 위협하자 "통안채 발행을 늘릴 것이며, 특히 장기물 공급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의 금리하락은 시장 심리가 불안한 가운데 국고채 공급이 크게 감소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부총재 발언이 있은 뒤 한은은 1월14일 2년물 2조원 입찰에 이어 17일 다시 2년물 2조원을 창구판매하는 등 장기채를 대거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에따라 한은의 통안증권 발행기조는 1월 들어 2.31조원의 대규모 순발행으로 전환됐으며, 2월에는 순발행 규모가 2.85조로 확대됐다.
(3월말 만기 14일물 7조원 상환 간주)
그러나, 시장에서의 효과는 2월중순 한 때를 제외하고는 한은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한은의 통안채 발행이 단기적으로 시장심리에 부담을 주긴 했으나, 장기금리의 하락추세를 꺾지 못했으며, 속도를 조절하는데에도 한계를 드러냈다.
오히려 통안채 공급 확대로 2년물 수익률이 높아진 데 반해 한은이 타겟으로 삼은 3년물 수익률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음으로써 2-3년물간 수익률 역전현상이 발생하고 말았다.
특히 3월 들어 북핵문제로 인해 시장불안이 심화되고, 심지어 SK글로벌 사태까지 터지면서 시장이 급격히 경색, 한은은 대규모 유동성 공급과 흡수를 거듭하는 등 1월이후의 유동성 흡수조치를 더 이상 끌어갈 수 없게 됐다. 그 사이 지표금리는 SK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은 물론, 전저점까지 탈환하는 등 급락세를 이어갔다.
◇채권시장 정책 정부와 조율 안되는 듯
문제는 무엇보다 정부의 국채공급 축소에서 기인하고 있다. 박승 총재는 이날 "최근 금리 급락은 시장의 채권수요가 증가하고 있는데도, 공급은 부족해 나타나는 비정상적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해결의 열쇠도 한은이 아닌 정부가 쥐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굳이 재차 나서는 것은 재경부와의 정책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3년물 이상 채권의 공급부족에 따른 비정상적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도, 해법은 만기가 2년에 불과한 통안채 공급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는 한 한은의 정책수단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임을 의미하기도 한다.